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불청객에 대해 말하자면 ‘통증’을 빼놓을 수 없다. 소싯적 즐겨 부르던 동요인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이 통증을 다룬 노래가 아닌가 싶을 만큼 온몸 구석구석 쑤시고 아프다. 그런데 날마다 찾아오는 통증에 대한 우리의 대처법은 꽤 미흡한 편이다.
예를 들어 어깨가 욱신거리면 자연스럽게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고 생각해 한 손으로 반대쪽 어깨를 열심히 주물러 주는데, 다음 날도 욱신거림은 여전하다. 그러다 결국 ‘통증은 극복의 대상이 아니라 평생 안고 가야 하는 고질병 같은 게 아닐까’ 하는 체념으로 하루하루 통증과 가까워진다.
통증은 왜 생기는 걸까?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어깨가 결리거나 목이 뻐근하면 ‘뭉친 근육’ 탓으로 돌리지만, 사실 통증을 일으키는 진짜 원인은 ‘근막’에 있다. 근막은 마치 보디슈트처럼 몸 전체를 감싸고 근육의 완충재 역할을 하는데, ‘용수철’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근막은 몸의 움직임에 따라 유연하게 늘어났다 줄어들었다를 반복하는데, 이상이 생기면 계속 수축 상태만 유지한다. 그렇게 되면 수축된 근막이 혈관을 조이게 되고 혈액순환이 나빠져 ‘통증’을 일으킨다.
따라서 통증을 해소하려면 수축된 근막을 바로잡고 원래 상태로 되돌려야 한다. 애꿎은 근육을 백날 마사지하는 것보다 근막을 한 번 시원하게 이완시키는 것이 통증 해소에 훨씬 효과적이라는 뜻. 집에서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근막 스트레칭’을 소개한다.
반찬 두세 개 만들고 나면 어깨가 욱신거려요
어깨를 짓누르는 듯한 통증을 해소하려면 목과 어깨가 닿는 부분, 어깨 중간, 등으로 이어지는 어깨 바깥쪽 이렇게 세 부위의 근막을 천천히 밀어주면서 이완시켜야 한다. 팔을 올리거나 움직일 때 사용되는 어깨 근육을 감싸고 있는 근막을 푸는 데 효과적이다.
how to
① 어깨 위에 손을 얻고, 어깨 피부를 바깥쪽으로 밀어준다.
② 손을 미는 방향 반대쪽으로 목을 돌리면서 아래쪽을 본다.
③ 목과 어깨가 닿는 부분이 땅기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뒷목이 뻐근해요
목은 무거운 머리를 지탱하기 위해 항상 부하가 걸리는 부위여서 목 뒤 부분의 전체적인 근막을 이완시키는 것이 좋다. 이때 목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목을 천천히 기울이면서 자극을 느껴야 한다. 고개를 숙이거나 기울일 때 느껴지던 뻣뻣함을 완화해준다.
how to
① 목 뒤에 오른손을 얹고, 피부를 화살표 방향으로 밀어준다.
② 고개를 아래로 가볍게 기울인다.
③ 목덜미가 땅기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소파에 앉아 있다 일어서면 허리가 아파요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하는 허리는 늘 긴장돼 있다. 특히 갑자기 일어설 때는 굽어 있던 허리가 뒤로 젖혀지면서 허리를 지탱하고 있는 가장 긴 근육인 최장근(척추기립근)에 자극이 간다. 허리 주변 피부에서 가까운 근막부터 차근차근 풀어주면 요통을 해소할 수 있다.
how to
① 허리 골반 위쪽에 손을 얹고 피부를 위로 밀어준다.
② 배꼽을 본다는 느낌으로 머리를 숙이고 허리를 천천히 구부린다.
③ 꼬리뼈가 땅기는 느낌을 받아야 한다.
계단을 오를 때 무릎이 찌릿찌릿해요
걷기만 해도 한쪽 무릎은 자기 체중의 2.6배 정도의 부담을 느낀다. 막상 무릎관절 주위에는 통증을 감지하는 기능이 없고 무릎과 연결되는 허벅지 근막에 문제가 있어 통증이 나타난다. 따라서 걷거나 다리를 올릴 때 사용하는 허벅지 바깥쪽 근막을 풀어주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how to
① 통증을 느끼는 쪽의 다리를 조금 앞으로 뺀다.
② 한 손을 허벅지 위에 옆으로 놓고, 다른 한 손을 수직이 되게 놓는다.
③ 위에 있는 손으로 피부를 앞뒤로 밀어준다.
④ 무릎 주변부터 고관절까지 조금씩 부위를 이동하며 풀어준다.
지하철에서 오래 서 있으면 엉덩이가 땅겨요
엉덩이 주변 근막은 서 있거나 걸을 때 꼭 사용되므로 쉽게, 자주 뭉친다. 특히 몸의 중심을 잡아주는 엉덩이 위쪽 골반 근막이 수축되어 있으면 엉덩이가 땅기거나 아프다. 이 근막들은 구조상 여러 층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공들여 꼼꼼히 풀어주어야 한다.
how to
① 골반 위에 손을 얹는다.
② 손에 힘을 빼고 팔꿈치 힘으로 피부를 아래위로 밀어준다.
③ 꼬리뼈를 중심으로 아치형을 그리며 골반 주변을 풀어준다
냄비를 드는데 손목이 찌릿해요
사람의 손은 팔에서부터 손가락까지 근막이 사슬처럼 연결돼 있다. 특히 팔꿈치와 손목 사이의 근막이 유착되면 물건을 집을 때 손목이 아프고, 심하면 주먹을 쥐기만 해도 통증을 느낀다. 손바닥이 위로 향했을 때 팔꿈치 아랫부분을 골고루 풀어주는 것이 좋다.
how to
① 통증이 있는 팔꿈치를 테이블 위에 올린다.
② 가볍게 주먹을 쥐고 손목을 몸쪽으로 접는다.
③ 반대쪽 손으로 손목을 감싸 쥐고 피부를 아래쪽으로 밀어준다.
④ 주먹을 쥔 손목을 뒤로 젖힌다.
조금만 걸어도 뒤꿈치가 욱신거려요
발을 디딜 때 딱딱한 땅에서 전해오는 충격이 뒤꿈치를 비롯한 장딴지로 이어진다. 보통 뒤꿈치에 통증이 있을 때는 장딴지 주변 근막까지 뭉쳐 있다. 장딴지 주변 근막을 이완시켜주면 종아리 전체의 혈액순환을 도와 뒤꿈치 통증이 완화된다.
how to
① 통증이 있는 발의 장딴지를 두 손으로 감싼다.
② 두 손을 장딴지에 밀착시킨 다음 주변 피부를 아래위로 밀어준다.
③ 발목 위쪽에서 장딴지 윗부분까지 부위를 이동하면서 풀어준다.
청소기를 밀 때 팔꿈치 바깥쪽이 저려요
청소기를 밀거나 설거지를 할 때는 손목을 많이 사용한다. 이렇게 손목을 많이 꺾는 동작을 자주 하면 팔 바깥쪽 근막이 뭉쳐 통증이 온다. 이 경우 통증 부위에 비해 근막이 뭉친 부위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팔 전체의 근막을 풀어줘야 시원해진다.
how to
① 통증이 있는 팔을 책상 위에 올리고, 반대쪽 손을 통증이 있는 팔꿈치 주변에 얹는다.
② 손을 팔에 밀착시킨 상태로 팔 바깥쪽의 근막을 골고루 풀어준다.
③ 팔꿈치에서 손목 주변에 걸쳐 꼼꼼하게 밀어준다.
운전할 때마다 발목이 쑤셔요
몸의 무게를 가장 밑에서 받치고 있는 발목 주변은 근막이 뭉치기 쉬운 부위. 더 정확히 말하면 발목을 지탱하고 있는 정강이 주변의 근막이 쉽게 뭉친다. 발목부터 무릎까지 넓게 연결된 정강이 바깥쪽 근막을 꾹꾹 눌러주면 뻐근한 발목이 부드러워진다.
how to
① 통증이 있는 다리를 조금 앞으로 내밀어 받침대 위에 올린다.
② 정강이 바깥쪽 근육에 손을 얹고 피부를 아래위로 반복해서 밀어준다.
③ 발목에서 무릎까지 조금씩 부위를 이동하면서 풀어준다.
기획 우성민 일러스트 조성흠 참고도서 (코이데 토모히로, 도어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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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데 허리통증 3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이 질환’ 의심해봐야 오상훈 헬스조선 기자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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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젊은데 별다른 이유 없이 허리통증이 계속된다면 강직척추염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사진=클립아트코리아
27세 직장인 김 씨는 최근 엉덩이에서부터 시작된 통증이 서서히 허리와 등 부위로 확대되는 걸 느꼈다. 휴식을 취해도 통증이 계속돼 병원을 찾았다가 류마티스 질환 중 하나인 ‘강직척추염’ 진단을 받았다.
강직척추염은 척추와 천장관절(엉치뼈와 엉덩이뼈가 만나는 부위)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주요 증상은 등·허리·둔부의 만성 통증이다. 척추 부위 염증 외에도 무릎·발목 부위의 말초 관절염과 눈의 포도막염,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과 같은 염증성 장 질환을 동반하기도 한다.
강직척추염의 발병 원인으로는 ▲유전적 요인(HLA-B27) ▲살모넬라균·시겔라균 같은 세균 감염 ▲기계적 스트레스 ▲증가한 면역 반응(TNFα, IL-17) 등이 꼽힌다. 특히 HLAーB27 유전자와 관련이 깊다. 강직척추염은 10~20대 젊은 나이부터 발병하는데,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2~3배 더 많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류마티스내과 정혜민 교수는 “강직척추염 환자 90%가 HLA-B27 유전자 양성이다”며 “HLA-B27 유전자 양성인 사람 중 5% 미만에서 강직척추염이 발생하는데, 가족 중에 강직척추염 환자가 있고 본인이 HLA-B27 유전자 양성이면 발병 확률은 10~20%로 높아진다”고 말했다.
강직척추염은 진단 시 ‘염증 요통’의 여부가 중요하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허리 통증과 더불어 ▲40세 이전에 발생 ▲서서히 발생 ▲운동 후에 호전 ▲휴식에 호전 없음 ▲야간 통증 중에서 4개 이상에 해당할 경우 강직척추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 최종 진단은 강직척추염의 임상적 특징과 유전자 검사, 혈액검사, X-ray, MRI 등의 결과를 종합해 내린다.
강직척추염은 비약물 치료와 약물치료가 병행된다. 비약물 치료는 먼저 금연과 운동이다. 흡연은 강직척추염 방사선학적 진행의 위험인자다. 염증을 증가시키고 심혈관 위험을 높이므로 강직척추염 환자라면 반드시 금연해야 한다. 운동은 목·어깨·척추·고관절·하체 등 전신 스트레칭과 유산소 운동, 적절한 근력 운동이 권고된다.
약물치료는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를 주로 사용한다. 말초 관절염이 동반되었다면 항류마티스 약제를 사용할 수 있다. 경구약이 효과가 없으면 염증 매개 물질을 차단하는 ‘항TNF 제제’와 ‘IL-17 억제제’ 등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정혜민 교수는 “운동 치료는 통증과 강직을 감소시키고, 올바른 자세와 관절 가동 범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줘 약물치료만큼 중요한 치료다”며 “스트레칭과 조깅, 수영, 자전거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운동을 하루 20~30분 정도 규칙적으로 하면 좋다”고 말했다.
또 “최근 코로나19로 외부 활동이 줄고 장시간 앉아 일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엉덩이, 허리, 등 부위의 통증이 빈번해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 마련이다”며 “하지만 허리통증은 진단이 늦으면 관절이 변형돼 치료가 어려워질 수 있으므로 젊은 나이에 이유 없이 3개월 이상 허리 통증이 지속되고, 휴식을 취해도 나아지지 않으면 류마티스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