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탈 것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자전거의 매력 중 하나는 다양성이다. 기존의 자전거를 변형하고 부품을 바꿔 새로운 스타일의 자전거를 어렵지 않게 만들어낼 수 있고, 그렇게 태어난 독특하고 멋진 매력을 가진 자전거들이 모여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미니벨로(minivelo)’라는 자전거 장르는 사실 역사가 오래된 편이 아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지만 작다는 뜻의 영어단어 Mini와 불어 혹은 몇몇 다른 언어로 자전거를 의미하는 Velo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인데, 정작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미니벨로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바퀴가 작은 자전거가 유행하기 시작하며 일본에서 만들어진 말로 보인다.
어쨌거나 미니벨로는 그 이름부터 크로스오버와 퓨전에 의해 만들어진 단어이듯, 그 장르 안에서도 기존의 자전거 장르를 탈피한 다양하고 독특한 자전거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렇게 태어난 모델 중 풀서스펜션 MTB와 미니벨로의 퓨전이 하나쯤 있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은 아니다.
MTB와 미니벨로의 만남
다혼 제트스트림 시리즈는 서스펜션을 탑재한 독특한 미니벨로다. 일반적으로 울퉁불퉁한 비포장노면에서는 큰 바퀴가 높은 성능을 발휘하기 때문에 미니벨로를 오프로드용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혼 제트스트림 시리즈 역시 서스펜션을 탑재했지만 오프로드용 모델은 아니며 도심형 자전거로 분류되는 모델이다.
하지만 제트스트림 D8의 외관에서 느껴지는 강인함은 마치 오프로더의 그것을 떠올리게 만든다. 유려한 곡선을 이리저리 휘고 꺾은 것이 아닌, 두툼한 사각형 튜빙이 프레임의 중심에 굳건하게 자리 잡았고, 아노다이징으로 색을 입힌 카멜레온 그린 컬러는 밀리터리룩을 연상시킨다. 다혼 제트스트림 D8이 군용 오프로드 차량의 적재함에서 실려 있는 모습을 본다 해도 별로 위화감이 없을 듯하다. 왠지 프레임 가운데에 커다란 흰 별 하나를 그려 넣어도 어울리지 않을까?
프레임의 중간이 접히는 미니벨로인 만큼 제트스트림 D8의 프레임이 MTB만큼 강할 리는 없다. 그러나 프레임 경첩은 주조 알루미늄으로 만들어 무척 견고하고, 펼친 프레임을 고정하는 클램프는 조금의 유격도 없다. 촘촘히 이어지는 용접 비드를 그대로 살려 중장비 같은 거친 매력이 살아있다.
터프한 프레임과 함께 제트스트림의 개성을 완성하는 것은 서스펜션 시스템이다. 메인프레임과 마찬가지로 뒷부분의 서브프레임 역시 직선의 튜빙을 용접해서 만들었다. 단순하면서도 견고한 삼각형 구조물을 싱글피봇으로 연결하고, 그 사이에 엑스퓨전 O2 R 에어서스펜션을 넣었는데 단순하고 튼튼한 구조가 마치 군용 가교를 연상시킨다.
단순한 리어서스펜션과 달리 프런트 서스펜션의 구조는 다소 복잡하다. 다혼의 다른 여러 모델에도 적용된 ‘Q 디자인‘ 포크다. 스티어러 튜브 하단의 구조물과 포크를 평행사변형의 링크가 연결하고, 노면의 충격을 받은 포크가 위로 올라오며 링크가 찌부러질 때 스티어러튜브 내부의 스프링과 엘라스토머를 압축하며 충격을 전달하는 구조다.
사실 이 서스펜션 포크는 ‘KILO’ 서스펜션 포크로 유명한 독일의 저먼-A가 개발한 것으로 예전 모델인 제트스트림 EX에는 저먼-A 에어서스펜션 포크가 장착되기도 했다. 서스펜션이 상하 움직이는 거리는 45mm 정도로 점프의 충격 흡수 같은 오프로드 주행용이라기보다 온로드에서 타이어의 접지력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에 가깝다.
서스펜션이 달려있으면 라이더의 다리가 내는 추진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있지만, 울퉁불퉁한 보도블록 위를 달릴 때나 포장상태가 나쁜 아스팔트길을 질주할 때 자전거가 튀어 오르는 것을 막고, 고속주행시의 안정감을 높여준다. 특히 평행사변형 링크 서스펜션은 급제동시 서스펜션이 압축되며 자전거가 앞으로 기울어질 때, 앞바퀴가 살짝 앞쪽으로 나오며 휠베이스가 길어지는 효과를 통해 전복가능성을 줄여준다.
강력한 주행성능 가진 폴딩 미니벨로
구동계는 52T 싱글 체인링에 시마노 아세라 8단 디레일러와 11-32T 스프라켓이 장착되었다. 20인치 휠이지만 52-11T 기어 조합은 제법 빠른 속도를 내게 해준다. 디스크브레이크는 기계식으로 레버는 프로맥스, 캘리퍼는 윈집 마흐를 장착했는데 독특한 톱니모양의 로터를 장착해 멋을 더했다.
프레임과 마찬가지로 핸들포스트는 하단의 레버를 젖히는 것으로 간단히 경첩을 접을 수 있다. 레버의 움직임에 따라 핸들포스트 하단의 캠이 움직이며 경첩을 단단히 죄거나 푸는 구조로 외관이 깔끔할 뿐 아니라 무척 견고하다. 포스트 상단의 핸들바 고정부위는 퀵 릴리즈 방식으로, 레버를 풀어 핸들바의 각도를 조절한 다음 손쉽게 다시 고정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핸들바에서 프레임으로 내려오는 변속 케이블과 뒷브레이크 케이블은 프레임의 내부로 수납되어 깔끔함을 더했다. 프레임을 반으로 접을 때 케이블이 경첩을 따라 함께 접히게 되는데, 이 부분은 스프링으로 감싸 케이블이 꺾이는 것을 방지했다.
안장은 날렵한 스타일로 스포티한 주행에 적합한 스타일이다. 안장 아래 시트포스트에는 ‘Pump inside’라는 문구와 함께 펌프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이는 시트포스트를 자전거에서 분리해 펌프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트포스트의 하단에는 둥근 캡이 씌워져있다. 캡을 돌려서 풀어내면 펌프의 헤드가 밖으로 나온다. 시트포스트 내부의 펌프를 꺼내 자전거 바퀴의 밸브에 연결한 다음 안장을 펌프손잡이처럼 잡고 위아래로 눌러 바람을 넣는 방식이다.
시트포스트의 직경은 34mm, 길이는 60cm로 상당히 길다. 제트스트림 D8 프레임의 높이가 높고 시트튜브가 위로 올라온 타입이기 때문에, 시트포스트를 올려 안장을 높일 경우 키 180cm 정도의 장신을 가진 라이더라도 문제없이 자전거를 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장을 그 이상으로 높일 수도 있지만 제트스트림의 핸들포스트는 핸들바의 높이조절이 안 되기 때문에 시트포스트를 최대한 올린다고 해도 탈 수 있는 라이더의 키에는 한계가 있다.
프레임 하단. BB셸 아래에 붙어있는 구조물은 자전거를 접었을 때 크랭크 체인링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자전거를 접은 상태로 땅에 내려놓았을 때 지지대 역할을 한다. 하지만 자전거를 접고 시트포스트를 최대한 아래로 내렸을 때, 시트포스트 하단의 캡이 자전거 지지대 역할을 겸하기 때문에 자전거의 무게를 줄이고 싶다면 나사를 풀어 이 하단 지지대를 제거할 수도 있다.
먼저 페달을 접은 후 제트스트림 D8의 프레임과 핸들바를 반으로 접고, 시트포스트를 내리면 간단히 폴딩이 끝난다. 익숙해지면 15초 정도에 자전거를 완전히 접을 수 있다. 하지만 13.1kg이라는 무게는 접은 상태에서 들고 다니기에 부담스럽다. 바퀴를 굴려 끌고 다니는 편이 낫다. 하지만 이동할 때는 자전거를 편 상태로 밀고 다니다가, 보관할 때만 접는 것이 편할 듯하다.
접어서 이동하는 것이 썩 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폴딩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찌됐건 자전거를 접었을 때 자동차의 트렁크에 싣거나 버스,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보통의 자전거에 비해 무척 편리한 부분이다.
악동 같은 주행을 즐기다
제트스트림 XP나 P시리즈 같은 온로드 타이어를 장착한 이전 모델과 달리, 2015 제트스트림 D8은 오프로드 타이어를 장착했다. 제트스트림 D8에 장착된 켄다 스몰블럭 에이트는 원래 낮은 구름저항으로 단단한 노면에서 강력한 접지력을 내는 MTB 타이어다. 아스팔트 주행 시 구름저항이 크지 않으면서도 ‘빵빵한’ 쿠션감으로 제법 편안한 주행감을 즐길 수 있다. 노면의 진동과 충격을 타이어가 상당부분 흡수하기 때문에 리어 서스펜션은 다소 단단하게 세팅해도 좋을 듯하다.
산길을 달리는데 적합한 자전거는 MTB, 제트스트림 D8이 오프로드용 자전거가 아닌 것을 알면서도 이런 재미있어 보이는 자전거를 가만 놔둘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못 지나가듯, 한강 공원의 MTB 체험코스에 제트스트림 D8을 끌고 들어갔다. 점프 같은 과격한 주행을 할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흙길은 밟아봐야겠다는 묘한 오기다.
하지만 결과는 신통찮다. 20인치의 작은 바퀴용 타이어서인지 노면 접지력이 낮아 생각 이상으로 쉽게 미끄러지고, 포크의 서스펜션은 상당히 단단하다. 애초에 산악용 세팅이 아니라 도심 주행에 최적화된 서스펜션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차라리 임도 같은 평탄한 비포장 길이라면 제법 빠르고 신나게 달릴 수 있다. 신나게 질주하다가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니 자욱하게 먼지가 피어오르고 있다. 제트스트림 D8의 제대로 된 놀이터를 만난 기분이다.
숲길이 아니더라도 도심 어디에서나 제트스트림 D8은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자전거다. 충분한 스피드를 낼 수 있고, 울퉁불퉁한 거친 노면이나 계단을 만나더라도 부담 없이 달리고 오르내릴 수 있으니 자동차로 비교하면 도심형 SUV 같은 자전거라 할 만 하다.
폴딩바이크의 실용성과 개성, 재미를 모두 갖춘 제트스트림 D8. 오래간만에 아주 재미있는 자전거를 마음껏 즐겼다. 아마 개성이 너무 강한 탓에 이 모델을 구입하기를 망설이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과감하게 다가선다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다혼 2015 제트스트림 D8 제원
프레임 : 풀서스펜션 알루미늄, V 클램프 주조 라티스 경첩
포크 : 다혼 Q 디자인 서스펜션 포크, 디스크 탭
리어서스펜션 : X Fusion O2R 에어서스펜션
구동계 : 시마노 아세라 8단, 11-32T 스프라켓 / 알루미늄 크랭크, 52T 체인링 & 체인가드
브레이크 : 윈집 마흐 디스크, 160mm 로터
휠 : 다혼 20인치, 6볼트 디스크브레이크 허브
타이어 : 켄다 스몰블럭 에이트 20×1.95인치
가격 : 159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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