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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23 운수 좋은 날 전문 Trust The Answer

Top 23 운수 좋은 날 전문 Trust The Ans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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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여자]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 한국단편소설 | 오디오북 | ASM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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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 위키문헌, 우리 모두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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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 위키문헌, 우리 모두의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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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전문 및 해설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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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전문 및 해설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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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문 | 공유 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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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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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니 :: 현진건 운수좋은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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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니 :: 현진건 운수좋은날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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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좋은날 애니메이션 전문 설렁탕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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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좋은날 애니메이션 전문 설렁탕 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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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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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 현진건
운수 좋은 날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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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좋은날] -현진건 (작가소개/작품정리/인물소개/줄거리/감상과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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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좋은날] -현진건 (작가소개작품정리인물소개줄거리감상과이해) 본문

[운수좋은날] -현진건 (작가소개/작품정리/인물소개/줄거리/감상과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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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해설) – 한국현대문학 위키 – 위키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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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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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 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나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결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장이를 동광학교(東光學校)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첫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 아침 댓바람에 그리 흔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 첨지는 십 전짜리 백통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팔십 전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 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앓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도 사다줄 수 있음이다.

그의 아내가 기침으로 쿨럭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 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의사에게 보인 적이 없으니 무슨 병인지는 알 수 없으되 반듯이 누워 가지고, 일어나기는 새로 모로도 못 눕는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조밥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 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좁쌀 한 되와 십 전짜리 나무 한 단을 사다 주었더니 김 첨지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년이 천방지축(天方地軸)으로 남비에 대고 끓였다. 마음은 급하고 불길은 닿지 않아 채 익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 년이 숟가락은 고만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질 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땅긴다, 배가 켕긴다고 눈을 홉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김 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년, 조롱복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하고 김 첨지는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홉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김 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이 환자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조밥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게.”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설렁탕을 사줄 수도 있다. 앓는 어미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개똥이(세 살먹이)에게 죽을 사줄 수도 있다. — 팔십 전을 손에 쥔 김 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땀과 빗물이 섞여 흐르는 목덜미를 기름주머니가 다 된 왜목 수건으로 닦으며, 그 학교 문을 돌아나올 때였다. 뒤에서 <인력거!>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그 학교 학생인 줄 김 첨지는 한 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다짜고짜로,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요?”라고, 물었다.

아마도 그 학교 기숙사에 있는 이로 동기방학을 이용하여 귀향하려 함이리라.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비는 오고, 짐은 있고 해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마침 김 첨지를 보고 뛰어나왔음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왜 구두를 채 신지 못해서 질질 끌고, 비록 <고구라> 양복일망정 노박이로 비를 맞으며 김첨지를 뒤쫓아 나왔으랴.

🙝🙟

“남대문 정거장까지 말씀입니까.”하고 김 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없이 그 먼 곳을 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그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아내의 부탁이 마음에 켕기었다. — 앞집 마나님한테서 부르러 왔을 제 병인은 그 뼈만 남은 얼굴에 유일의 생물 같은 유달리 크고 움폭한 눈에 애걸하는 빛을 띠우며,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있어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라고, 모기 소리같이 중얼거리고 숨을 걸그렁걸그렁 하였다.

그때에 김 첨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압다, 젠장맞을 년,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먹여 살릴 줄 알아.”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환자는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 “나가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일찌기 들어와요.”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아내의 얼굴이 김 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그래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란 말이요?”하고 학생은 초조한 듯이 인력거꾼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잣말같이, “인천 차가 열 한 점에 있고, 그 다음에는 새로 두 점이든가.”라고, 중얼거린다.

“일 원 오십 전만 줍시요.”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 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래었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만인가! 그러자 그 돈 벌 용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내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일 제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일 원 오십 전은 너무 과한데.” 이런 말을 하며 학생은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니올시다. 잇수로 치면 여기서 거기가 사오리가 넘는답니다. 또 이런 진 날에 좀 더 주셔야지요.”하고 빙글빙글 웃는 차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 흘렀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요.” 관대한 어린 손님은 그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옷도 입고 짐도 챙기러 갈 데로 갔다.

그 학생을 태우고 나선 김 첨지의 다리는 이상하게 거뿐하였다. 달음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하였다. 바퀴도 어떻게 속히 도는지 군다느니보다 마치 얼음을 지쳐나가는 <스케이트> 모양으로 미끄러져 가는 듯하였다. 얼은 땅에 비가 내려 미끄럽기도 하였지만.

이윽고 끄는 이의 다리는 무거워졌다. 자기 집 가까이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병자의 움쑥 들어간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리는 듯하였다. 그러자 엉엉하고 우는 개똥이의 곡성을 들은 듯싶다. 딸국딸국 하고 숨 모으는 소리도 나는 듯싶다.“왜 이리우, 기차 놓치겠구먼.”하고 탄 이의 초조한 부르짖음이 간신히 그의 귀에 들어왔다. 언뜻 깨달으니 김 첨지는 인력거를 쥔 채 길 한복판에 엉거주춤 멈춰있지 않은가.

“예, 예.”하고, 김 첨지는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집이 차차 멀어갈수록 김 첨지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재게 놀려야만 쉴새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정거장까지 끌어다주고 그 깜짝 놀란 일 원 오십 전을 정말 제 손에 쥠에, 제 말마따나 십 리나 되는 길을 비를 맞아 가며 질퍽거리고 온 생각은 아니하고, 거저나 얻은 듯이 고마왔다. 졸부나 된 듯이 기뻤다. 제자식 뻘밖에 안되는 어린 손님에게 몇 번 허리를 굽히며, “안녕히 다녀옵시요.”라고 깍듯이 재우쳤다.

그러나 빈 인력거를 털털거리며 이 우중에 돌아갈 일이 꿈밖이었다. 노동으로 하여 흐른 땀이 식어지자 굶주린 창자에서, 물 흐르는 옷에서 어슬어슬 한기가 솟아나기 비롯하매 일 원 오십 전이란 돈이 얼마나 괜찮고 괴로운 것인 줄 절절히 느끼었다. 정거장을 떠나는 그의 발길은 힘 하나 없었다. 온몸이 옹송그려지며 당장 그 자리에 엎어져 못 일어날 것 같았다.

“젠장맞을 것! 이 비를 맞으며 빈 인력거를 털털거리고 돌아를 간담. 이런 빌어먹을, 제 할미를 붙을 비가 왜 남의 상판을 딱딱 때려!”

그는 몹시 홧증을 내며 누구에게 반항이나 하는 듯이 게걸거렸다. 그럴 즈음에 그의 머리엔 또 새로운 광명이 비쳤나니 그것은 <이러구 갈 게 아니라 이 근처를 빙빙 돌며 차 오기를 기다리면 또 손님을 태우게 될는지도 몰라>란 생각이었다. 오늘 운수가 괴상하게도 좋으니까 그런 요행이 또한번 없으리라고 누가 보증하랴. 꼬리를 굴리는 행운이 꼭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내기를 해도 좋을 만한 믿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고 정거장 인력거꾼의 등살이 무서우니 정거장 앞에 섰을 수는 없었다.

그래 그는 이전에도 여러 번 해본 일이라 바로 정거장 앞 전차 정류장에서 조금 떨어지게, 사람 다니는 길과 전찻길 틈에 인력거를 세워놓고 자기는 그 근처를 빙빙 돌며 형세를 관망하기로 하였다. 얼마만에 기차는 왔고, 수십 명이나 되는 손이 정류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 손님을 물색하는 김 첨지의 눈엔 양머리에 뒤축 높은 구두를 신고 <망토>까지 두른 기생 퇴물인 듯, 난봉 여학생인 듯한 여편네의 모양이 띄었다. 그는 슬근슬근 그 여자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아씨, 인력거 아니 타시랍시요?”

그 여학생인지 뭔지가 한참은 매우 탯갈을 빼며 입술을 꼭 다문 채 김 첨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김 첨지는 구걸하는 거지나 무엇같이 연해연방 그의 기색을 살피며, “아씨, 정거장 애들보담 아주 싸게 모셔다 드리겠읍니다. 댁이 어디신가요.”하고, 추근추근하게도 그 여자의 들고 있는 일본식 버들고리짝에 제 손을 대었다.

“왜 이래, 남 귀치않게.”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고는 돌아선다. 김 첨지는 어랍시요 하고 물러섰다.

전차는 왔다. 김 첨지는 원망스럽게 전차 타는 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예감(豫感)은 틀리지 않았다. 전차가 빡빡하게 사람을 싣고 움직이기 시작하였을 때 타고 남은 손 하나이 있었다. 굉장하게 큰 가방을 들고 있는걸 보면 아마 붐비는 차 안에 짐이 크다 하여 차장에게 밀려내려온 눈치였다. 김 첨지는 대어섰다.

“인력거를 타시랍시요.”

한동안 값으로 승강이를 하다가 육십 전에 인사동까지 태워다주기로 하였다. 인력거가 무거워지매 그의 몸은 이상하게도 가벼워졌고 그리고 또 인력거가 가벼워지니 몸은 다시금 무거워졌건만 이번에는 마음조차 초조해 온다. 집의 광경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어 인제 요행을 바랄 여유도 없었다. 나무 등걸이나 무엇 같고 제 것 같지도 않은 다리를 연해 꾸짖으며 갈팡질팡 뛰는 수밖에 없었다.

🙝🙟

저놈의 인력거군이 저렇게 술이 취해가지고 이 진 땅에 어찌 가노, 라고 길 가는 사람이 걱정을 하리만큼 그의 걸음은 황급하였다. 흐리고 비오는 하늘은 어둠침침하게 벌써 황혼에 가까운 듯하다. 창경원 앞까지 다달아서야 그는 턱에 닿은 숨을 돌리고 걸음도 늦추잡았다. 한 걸음 두 걸음 집이 가까와올수록 그의 마음조차 괴상하게 누그러웠다. 그런데 이 누그러움은 안심에서 오는 게 아니요, 자기를 덮친 무서운 불행을 빈틈없이 알게 될 때가 박두한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는 불행에 다닥치기 전 시간을 얼마쯤이라도 늘리려고 버르적거렸다. 기적(奇蹟)에 가까운 벌이를 하였다는 기쁨을 할 수 있으면 오래 지니고 싶었다. 그는 두리번두리번 사면을 살피었다. 그 모양은 마치 자기 집 — 곧 불행을 향하고 달려가는 제 다리를 제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으니 누구든지 나를 좀 잡아 다고, 구해 다고 하는 듯하였다.

그럴 즈음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그의 친구 치삼이가 나온다. 그의 우글우글 살찐 얼굴에 주홍이 돋는 듯, 온 턱과 뺨을 시커멓게 구레나룻이 덮였거늘, 노르탱탱한 얼굴이 바짝 말라서 여기저기 고랑이 패고, 수염도 있대야 턱밑에만 마치 솔잎 송이를 거꾸로 붙여놓은 듯한 김 첨지의 풍채하고는 기이한 대상을 짓고 있었다.

“여보게 김 첨지, 자네 문안 들어갔다 오는 모양일세그려. 돈 많이 벌었을 테니 한 잔 빨리게.”

뚱뚱보는 말라깽이를 보든 맡에 부르짖었다. 그 목소리는 몸짓과 딴판으로 연하고 싹싹하였다. 김 첨지는 이 친구를 만난 게 어떻게 반가운지 몰랐다. 자기를 살려준 은인이나 무엇같이 고맙기도 하였다.

“자네는 벌써 한잔 한 모양일세그려. 자네도 오늘 재미가 좋아보이.”하고, 김 첨지는 얼굴을 펴서 웃었다.

“압다, 재미 안 좋다고 술 못 먹을 낸가. 그런데 여보게, 자네 왼몸이 어째 물독에 빠진 새앙쥐 같은가? 어서 이리 들어와 말리게.”

선술집은 훈훈하고 뜨뜻하였다. 추어탕을 끓이는 솥뚜껑을 열 적마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흰 김, 석쇠에서 뻐지짓뻐지짓 구워지는 너비아니 구이며 제육이며 간이며 콩팥이며 북어며 빈대떡……이 너저분하게 늘어놓인 안주 탁자에 김 첨지는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기 있는 모든 먹음 먹이를 모조리 깡그리 집어삼켜도 시원치 않았다. 하되 배고픈 이는 위선 분량 많은 빈대떡 두 개를 쪼이기도 하고 추어탕을 한 그릇 청하였다.

주린 창자는 음식맛을 보더니 더욱더욱 비어지며 자꾸자꾸 들이라들이라 하였다. 순식간에 두부와 미꾸리 든 국 한 그릇을 그냥 물같이 들이키고 말았다. 세째 그릇을 받아들었을 제 데우던 막걸이 곱배기 두 잔이 더웠다. 치삼이와 같이 마시자 원원히 비었던 속이라 찌르르하고 창자에 퍼지며 얼굴이 화끈하였다. 눌러 곱배기 한 잔을 또 마셨다.

김 첨지의 눈은 벌써 개개 풀리기 시작하였다. 석쇠에 얹힌 떡 두 개를 숭덩숭덩 썰어서 볼을 불룩거리며 또 곱배기 두 잔을 부어라 하였다.

치삼은 의아한 듯이 김 첨지를 보며, “여보게 또 붓다니, 벌써 우리가 넉 잔씩 먹었네, 돈이 사십 전일세.”라고 주의시켰다.

“아따 이놈아, 사십 전이 그리 끔찍하냐. 오늘 내가 돈을 막 벌었어. 참 오늘 운수가 좋았느니.”

“그래 얼마를 벌었단 말인가?”

“삼십 원을 벌었어, 삼십 원을! 이런 젠장맞을 술을 왜 안부어…… 괜찮다 괜찮다, 막 먹어도 상관이 없어. 오늘 돈 산더미같이 벌었는데.”

“어, 이 사람 취했군, 그만두세.”

“이놈아, 이걸 먹고 취할 내냐, 어서 더 먹어.”하고는 치삼의 귀를 잡아채며 취한 이는 부르짖었다. 그리고 술을 붓는 열 다섯 살 됨직한 중대가리에게로 달려들며, “이놈, 오라질 놈, 왜 술을 붓지 않어.”라고 야단을 쳤다. 중대가리는 히히 웃고 치삼을 보며 문의하는 듯이 눈짓을 하였다. 주정꾼이 눈치를 알아보고 화를 버럭내며, “에미를 붙을 이 오라질 놈들 같으니, 이놈 내가 돈이 없을 줄 알고.”하자마자 허리춤을 훔칫훔칫 하더니 일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중대가리 앞에 펄쩍 집어던졌다. 그 사품에 몇 푼 은전이 잘그랑 하며 떨어진다.

“여보게 돈 떨어졌네, 왜 돈을 막 끼얹나.” 이런 말을 하며 일변 돈을 줍는다. 김 첨지는 취한 중에도 돈의 거처를 살피는 듯이 눈을 크게 떠서 땅을 내려다보다가 불시에 제 하는 짓이 너무 더럽다는 듯이 고개를 소스라치자 더욱 성을 내며, “봐라 봐! 이 더러운 놈들아, 내가 돈이 없나, 다리뼉다구를 꺾어놓을 놈들 같으니.”하고 치삼의 주워주는 돈을 받아, “이 원수엣 돈! 이 육시를 할 돈!”하면서, 풀매질을 친다. 벽에 맞아 떨어진 돈은 다시 술 끓이는 양푼에 떨어지며 정당한 매를 맞는다는 듯이 쨍하고 울었다.

곱배기 두 잔은 또 부어질 겨를도 없이 말려가고 말았다. 김 첨지는 입술과 수염에 붙은 술을 빨아들이고 나서 매우 만족한 듯이 그 솔잎 송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또 부어, 또 부어.”라고, 외쳤다.

또 한 잔 먹고 나서 김 첨지는 치삼의 어깨를 치며 문득 껄껄 웃는다. 그 웃음 소리가 어떻게 컸는지 술집에 있는 이의 눈은 모두 김 첨지에게로 몰리었다. 웃는 이는 더욱 웃으며, “여보게 치삼이, 내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오늘 손을 태고 정거장에까지 가지 않았겠나.”

“그래서.”

“갔다가 그저 오기가 안 됐데그려. 그래 전차 정류장에서 어름어름하며 손님 하나를 태울 궁리를 하지 않았나. 거기 마침 마나님이신지 여학생님이신지 — 요새야 어디 논다니와 아가씨를 구별할 수가 있던가 — <망토>를 두르고 비를 맞고 서 있겠지. 슬근슬근 가까이 가서 인력거 타시랍시요 하고 손가방을 받으랴니까 내 손을 탁 뿌리치고 홱 돌아서더니만 <왜 남을 이렇게 귀찮게 굴어!> 그 소리야말로 꾀꼬리 소리지, 허허!”

김 첨지는 교묘하게도 정말 꾀꼬리 같은 소리를 내었다. 모든 사람은 일시에 웃었다.

“빌어먹을 깍쟁이 같은 년, 누가 저를 어쩌나, <왜 남을 귀찮게 굴어!> 어이구 소리가 처신도 없지, 허허.”

웃음 소리들은 높아졌다. 그러나 그 웃음 소리들이 사라지기 전에 김 첨지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다.

치삼은 어이없이 주정뱅이를 바라보며, “금방 웃고 지랄을 하더니 우는 건 또 무슨 일인가.”

김 첨지는 연해 코를 들여마시며, “우리 마누라가 죽었다네.”

“뭐, 마누라가 죽다니, 언제?”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엑기 미친 놈, 거짓말 말아.”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 참말로… 마누라 시체를 집어 뻐들쳐놓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하고 김 첨지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치삼은 흥이 조금 깨어지는 얼굴로, “원 이 사람이,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하고 우는 이의 팔을 잡아당기었다.

치삼의 끄는 손을 뿌리치더니 김 첨지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는다.

“죽기는 누가 죽어.”하고 득의가 양양.

“죽기는 왜 죽어, 생때같이 살아만 있단다. 그 오라질 년이 밥을 죽이지. 인제 나한테 속았다.”하고 어린애 모양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

“이 사람이 정말 미쳤단 말인가. 나도 아주먼네가 앓는단 말은 들었는데.”하고, 치삼이도 어느 불안을 느끼는 듯이 김 첨지에게 또 돌아가라고 권하였다.

“안 죽었어, 안 죽었대도그래.”

김 첨지는 홧증을 내며 확신있게 소리를 질렀으되 그 소리엔 안 죽은 것을 믿으려고 애쓰는 가락이 있었다. 기어이 일 원어치를 채워서 곱배기 한 잔씩 더 먹고 나왔다. 궂은 비는 의연히 추적추적 내린다.

🙝🙟

김 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다달았다. 집이라 해도 물론 셋집이요, 또 집 전체를 세든 게 아니라 안과 뚝떨어진 행랑방 한 간을 빌려 든 것인데 물을 길어대고 한 달에 일 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김 첨지가 주기를 띠지 않았던들 한 발을 대문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 — 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에 다리가 떨렸으리라.

쿨룩거리는 기침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같은 침묵을 깨뜨리는 — 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하는 그윽한 소리, 어린애의 젖 빠는 소리가 날 뿐이다. 만일 청각(聽覺)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빡빡 소리는 빨 따름이요, 꿀떡꿀떡 하고 젖 넘어가는 소리가 없으니 빈 젖을 빤다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김 첨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 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버리려는 허장성세(虛張聲勢)인 까닭이다.

하여간 김 첨지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지내, 빨지 않은 기저귀에서 나는 똥내와 오줌내, 가지각색 때가 케케히 앉은 옷내, 병인의 땀 썩은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김 첨지의 코를 찔렀다.

방안에 들어서며 설렁탕을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군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晝夜長川)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빽빽 소리가 응아 소리로 변하였다. 개똥이가 물었던 젖을 빼어놓고 운다. 운대도 온 얼굴을 찡그려 붙여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응아 소리도 입에서 나는 게 아니고 마치 뱃속에서 나는 듯하였다. 울다가 울다가 목도 잠겼고 또 울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편은 아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환자의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이 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

“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버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정만 보느냐, 응.”하는 말 끝엔 목이 메었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 첨지는 미칠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테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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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전문 및 해설 / 현진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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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수 좋은 날 – 현진건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

이날이야말로 동소문 안에서 인력거꾼 노릇을 하는 김첨지에게는 오래간만에도 닥친 운수 좋은 날이었다. 문안에(거기도 문밖은 아니지만) 들어간답시는 앞집 마마님을 전찻길까지 모셔다 드린 것을 비롯으로 행여나 손님이 있을까 하고 정류장에서 어정어정하며 내리는 사람 하나하나에게 거의 비는 듯한 눈결을 보내고 있다가 마침내 교원인 듯한 양복쟁이를 동광학교(東光學校)까지 태워다 주기로 되었다.

첫 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아침 댓바람에 그리 흉치 않은 일이었다. 그야말로 재수가 옴붙어서 근 열흘 동안 돈 구경도 못한 김첨지는 십 전짜리 백동화 서 푼, 또는 다섯 푼이 찰깍 하고 손바닥에 떨어질 제 거의 눈물을 흘릴 만큼 기뻤었다. 더구나 이날 이때에 이 팔십 전이라는 돈이 그에게 얼마나 유용한지 몰랐다. 컬컬한 목에 모주 한 잔도 적실 수 있거니와 그보다도 앓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도 사다 줄 수 있음이다.

그의 아내가 기침으로 쿨룩거리기는 벌써 달포가 넘었다. 조밥도 굶기를 먹다시피 하는 형편이니 물론 약 한 첩 써본 일이 없다. 구태여 쓰려면 못 쓸 바도 아니로되 그는 병이란 놈에게 약을 주어 보내면 재미를 붙여서 자꾸 온다는 자기의 신조(信條)에 어디까지 충실하였다. 따라서 의사에게 보인 적이 없으니 무슨 병인지는 알 수 없으되 반듯이 누워 가지고 일어나기는 새로 모로도 못 눕는 걸 보면 중증은 중증인 듯. 병이 이대도록 심해지기는 열흘 전에 조밥을 먹고 체한 때문이다. 그때도 김첨지가 오래간만에 돈을 얻어서 좁쌀 한 되와 십 전짜리 나무 한 단을 사다 주었더니 김첨지의 말에 의지하면 그 오라질 년이 천방지축으로 냄비에 대고 끓였다. 마음은 급하고 불길은 달지 않아 채 익지도 않은 것을 그 오라질 년이 숟가락은 고만두고 손으로 움켜서 두 뺨에 주먹덩이 같은 혹이 불거지도록 누가 빼앗을 듯이 처박질하더니만 그날 저녁부터 가슴이 땡긴다, 배가 켕긴다고 눈을 흡뜨고 지랄병을 하였다. 그때 김첨지는 열화와 같이 성을 내며,

“에이, 오라질 년, 조랑복은 할 수가 없어, 못 먹어 병, 먹어서 병! 어쩌란 말이야! 왜 눈을 바루 뜨지 못해!”

하고 앓는 이의 뺨을 한 번 후려갈겼다. 흡뜬 눈은 조금 바루어졌건만 이슬이 맺히었다. 김첨지의 눈시울도 뜨끈뜨끈하였다.

이 환자가 그러고도 먹는 데는 물리지 않았다.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남편을 졸랐다.

“이런 오라질 년! 조밥도 못 먹는 년이 설렁탕은. 또 처먹고 지랄병을 하게.”

라고, 야단을 쳐보았건만, 못 사주는 마음이 시원치는 않았다.

인제 설렁탕을 사줄 수도 있다. 앓는 어미 곁에서 배고파 보채는 개똥이(세살먹이)에게 죽을 사줄 수도 있다―—팔십 전을 손에 쥔 김 첨지의 마음은 푼푼하였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땀과 빗물이 섞여 흐르는 목덜미를 기름주머니가 다된 왜목 수건으로 닦으며, 그 학교 문을 돌아 나올 때였다. 뒤에서 “인력거!” 하고 부르는 소리가 난다. 자기를 불러 멈춘 사람이 그 학교 학생인 줄 김첨지는 한 번 보고 짐작할 수 있었다. 그 학생은 다짜고짜로,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요.”

라고 물었다. 아마도 그 학교 기숙사에 있는 이로 동기방학을 이용하여 귀향하려 함이리라. 오늘 가기로 작정은 하였건만 비는 오고, 짐은 있고 해서 어찌할 줄 모르다가 마침 김첨지를 보고 뛰어나왔음이리라. 그렇지 않으면 왜 구두를 채 신지 못해서 질질 끌고, 비록 고구라 양복일망정 노박이로 비를 맞으며 김첨지를 뒤쫓아 나왔으랴.

“남대문 정거장까지 말씀입니까.”

하고 김첨지는 잠깐 주저하였다. 그는 이 우중에 우장도 없이 그 먼 곳을 철벅거리고 가기가 싫었음일까? 처음 것 둘째 것으로 고만 만족하였음일까? 아니다 결코 아니다. 이상하게도 꼬리를 맞물고 덤비는 이 행운 앞에 조금 겁이 났음이다. 그리고 집을 나올 제 아내의 부탁이 마음이 켕기었다―—앞집 마마님한테서 부르러 왔을 제 병인은 그 뼈만 남은 얼굴에 유일의 샘물 같은 유달리 크고 움푹한 눈에 애걸하는 빛을 띄우며,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제발 덕분에 집에 붙어 있어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라고, 모기 소리같이 중얼거리고 숨을 걸그렁걸그렁하였다. 그때에 김첨지는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아따, 젠장맞을 년, 별 빌어먹을 소리를 다 하네. 맞붙들고 앉았으면 누가 먹여 살릴 줄 알아.”

하고 훌쩍 뛰어나오려니까 환자는 붙잡을 듯이 팔을 내저으며,

“나가지 말라도 그래, 그러면 일찍이 들어와요.”

하고, 목메인 소리가 뒤를 따랐다.

정거장까지 가잔 말을 들은 순간에 경련적으로 떠는 손 유달리 큼직한 눈 울 듯한 아내의 얼굴이 김첨지의 눈앞에 어른어른하였다.

“그래 남대문 정거장까지 얼마란 말이요?”

하고 학생은 초조한 듯이 인력거꾼의 얼굴을 바라보며 혼자말같이,

“인천 차가 열한 점에 있고 그 다음에는 새로 두 점이든가.”

라고 중얼거린다.

“일 원 오십 전만 줍시요.”

이 말이 저도 모를 사이에 불쑥 김첨지의 입에서 떨어졌다. 제 입으로 부르고도 스스로 그 엄청난 돈 액수에 놀랐다. 한꺼번에 이런 금액을 불러라도 본 지가 그 얼마 만인가! 그러자 그 돈벌 용기가 병자에 대한 염려를 사르고 말았다. 설마 오늘 내로 어떠랴 싶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제일 제이의 행운을 곱친 것보다도 오히려 갑절이 많은 이 행운을 놓칠 수 없다 하였다.

“일 원 오십 전은 너무 과한데.”

이런 말을 하며 학생은 고개를 기웃하였다.

“아니올시다. 잇수로 치면 여기서 거기가 시오 리가 넘는답니다. 또 이런 진날은 좀 더 주셔야지요.”

하고 빙글빙글 웃는 차부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넘쳐흘렀다.

“그러면 달라는 대로 줄 터이니 빨리 가요.”

관대한 어린 손님은 이런 말을 남기고 총총히 옷도 입고 짐도 챙기러 갈 데로 갔다.

그 학생을 태우고 나선 김첨지의 다리는 이상하게 거뿐하였다. 달음질을 한다느니보다 거의 나는 듯하였다. 바퀴도 어떻게 속히 도는지 구른다느니보다 마치 얼음을 지쳐 나가는 스케이트 모양으로 미끄러져 가는 듯하였다. 언 땅에 비가 내려 미끄럽기도 하였지만.

이윽고 끄는 이의 다리는 무거워졌다. 자기 집 가까이 다다른 까닭이다. 새삼스러운 염려가 그의 가슴을 눌렀다. “오늘은 나가지 말아요.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런 말이 잉잉 그의 귀에 울렸다. 그리고 병자의 움쑥 들어간 눈이 원망하는 듯이 자기를 노리는 듯하였다. 그러자 엉엉 하고 우는 개똥이의 곡성을 들은 듯싶다. 딸국딸국 하고 숨 모으는 소리도 나는 듯싶다.

“왜 이리우, 기차 놓치겠구먼.”

하고 탄 이의 초조한 부르짖음이 간신히 그의 귀에 들어왔다. 언뜻 깨달으니 김첨지는 인력거를 쥔 채 길 한복판에 엉거주춤 멈춰 있지 않은가.

“예, 예.”

하고, 김첨지는 또다시 달음질하였다. 집이 차차 멀어 갈수록 김첨지의 걸음에는 다시금 신이 나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재게 놀려야만 쉴새없이 자기의 머리에 떠오르는 모든 근심과 걱정을 잊을 듯이.

정거장까지 끌어다 주고 그 깜짝 놀란 일 원 오십 전을 정말 제 손에 쥠에 제 말마따나 십 리나 되는 길을 비를 맞아 가며 질퍽거리고 온 생각은 아니하고 거저나 얻은 듯이 고마웠다. 졸부나 된 듯이 기뻤다. 제 자식뻘밖에 안 되는 어린 손님에게 몇 번 허리를 굽히며,

“안녕히 다녀옵시요.”

라고 깍듯이 재우쳤다.

그러나 빈 인력거를 털털거리며 이 우중에 돌아갈 일이 꿈밖이었다. 노동으로 하여 흐른 땀이 식어지자 굶주린 창자에서, 물 흐르는 옷에서 어슬어슬 한기가 솟아나기 비롯하매 일 원 오십 전이란 돈이 얼마나 괜찮고 괴로운 것인 줄 절절히 느끼었다. 정거장을 떠나는 그의 발길은 힘 하나 없었다. 온몸이 옹송그려지며 당장 그 자리에 엎어져 못 일어날 것 같았다.

“젠장맞을 것, 이 비를 맞으며 빈 인력거를 털털거리고 돌아를 간담. 이런 빌어먹을 제 할미를 붙을 비가 왜 남의 상판을 딱딱 때려!”

그는 몹시 화증을 내며 누구에게 반항이나 하는 듯이 게걸거렸다. 그럴 즈음에 그의 머리엔 또 새로운 광명이 비쳤나니 그것은 ‘이러구 갈 게 아니라 이 근처를 빙빙 돌며 차 오기를 기다리면 또 손님을 태우게 될는지도 몰라’란 생각이었다. 오늘 운수가 괴상하게도 좋으니까 그런 요행이 또 한번 없으리라고 누가 보증하랴. 꼬리를 굴리는 행운이 꼭 자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내기를 해도 좋을 만한 믿음을 얻게 되었다. 그렇다고 정거장 인력거꾼의 등쌀이 무서우니 정거장 앞에 섰을 수는 없었다. 그래 그는 이전에도 여러 번 해본 일이라 바로 정거장 앞 전차 정류장에서 조금 떨어지게 사람 다니는 길과 전찻길 틈에 인력거를 세워 놓고 자기는 그 근처를 빙빙 돌며 형세를 관망하기로 하였다. 얼마 만에 기차는 왔고 수십 명이나 되는 손이 정류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그 중에서 손님을 물색하는 김첨지의 눈엔 양머리에 뒤축 높은 구두를 신고 망토까지 두른 기생 퇴물인 듯 난봉 여학생인 듯한 여편네의 모양이 띄었다. 그는 슬근슬근 그 여자의 곁으로 다가들었다.

“아씨, 인력거 아니 타시랍시요.”

그 여학생인지 만지가 한참은 매우 때깔을 빼며 입술을 꼭 다문 채 김첨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김첨지는 구걸하는 거지나 무엇같이 연해연방 그의 기색을 살피며,

“아씨, 정거장 애들보담 아주 싸게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댁이 어디신가요.”

하고 추근추근하게도 그 여자의 들고 있는 일본식 버들고리짝에 제 손을 대었다.

“왜 이래, 남 귀치않게.”

소리를 벽력같이 지르고는 돌아선다. 김첨지는 어랍시요 하고 물러섰다.

전차는 왔다. 김첨지는 원망스럽게 전차 타는 이를 노리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예감(豫感)은 틀리지 않았다. 전차가 빡빡하게 사람을 싣고 움직이기 시작하였을 제 타고 남은 손 하나가 있었다. 굉장하게 큰 가방을 들고 있는 걸 보면 아마 붐비는 차 안에 짐이 크다 하여 차장에게 밀려 내려온 눈치였다. 김첨지는 대어섰다.

“인력거를 타시랍시요.”

한동안 값으로 승강이를 하다가 육십 전에 인사동까지 태워다 주기로 하였다. 인력거가 무거워지매 그의 몸은 이상하게도 가벼워졌고 그리고 또 인력거가 가벼워지니 몸은 다시금 무거워졌건만 이번에는 마음조차 초조해 온다. 집의 광경이 자꾸 눈앞에 어른거리어 인제 요행을 바랄 여유도 없었다. 나무 등걸이나 무엇 같고 제 것 같지도 않은 다리를 연해 꾸짖으며 질팡갈팡 뛰는 수밖에 없었다. 저놈의 인력거꾼이 저렇게 술이 취해 가지고 이 진땅에 어찌 가노, 라고 길 가는 사람이 걱정을 하리만큼 그의 걸음은 황급하였다. 흐리고 비 오는 하늘은 어둠침침하게 벌써 황혼에 가까운 듯하다. 창경원 앞까지 다다라서야 그는 턱에 닿은 숨을 돌리고 걸음도 늦추잡았다. 한 걸음 두 걸음 집이 가까워 갈수록 그의 마음조차 괴상하게 누그러웠다. 그런데 이 누그러움은 안심에서 오는 게 아니요 자기를 덮친 무서운 불행을 빈틈없이 알게 될 때가 박두한 것을 두리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다. 그는 불행에 다닥치기 전 시간을 얼마쯤이라도 늘이려고 버르적거렸다. 기적(奇蹟)에 가까운 벌이를 하였다는 기쁨을 할 수 있으면 오래 지니고 싶었다. 그는 두리번두리번 사면을 살피었다. 그 모양은 마치 자기 집―—곧 불행을 향하고 달아가는 제 다리를 제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으니 누구든지 나를 좀 잡아 다고, 구해 다고 하는 듯하였다.

그럴 즈음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그의 친구 치삼이가 나온다. 그의 우글우글 살찐 얼굴에 주홍이 덧는 듯, 온 턱과 뺨을 시커멓게 구레나룻이 덮였거늘 노르탱탱한 얼굴이 바짝 말라서 여기저기 고랑이 패고 수염도 있대야 턱밑에만 마치 솔잎 송이를 거꾸로 붙여 놓은 듯한 김첨지의 풍채하고는 기이한 대상을 짓고 있었다.

“여보게 김첨지, 자네 문안 들어갔다 오는 모양일세그려. 돈 많이 벌었을 테니 한잔 빨리게.”

뚱뚱보는 말라깽이를 보던 맡에 부르짖었다. 그 목소리는 몸집과 딴판으로 연하고 싹싹하였다. 김첨지는 이 친구를 만난 게 어떻게 반가운지 몰랐다. 자기를 살려 준 은인이나 무엇같이 고맙기도 하였다.

“자네는 벌써 한잔한 모양일세그려. 자네도 오늘 재미가 좋아 보이.”

하고 김첨지는 얼굴을 펴서 웃었다.

“아따, 재미 안 좋다고 술 못 먹을 낸가. 그런데 여보게, 자네 왼몸이 어째 물독에 빠진 새앙쥐 같은가. 어서 이리 들어와 말리게.”

선술집은 훈훈하고 뜨뜻하였다. 추어탕을 끓이는 솥뚜껑을 열 적마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흰 김 석쇠에서 뻐지짓뻐지짓 구워지는 너비아니구이며 제육이며 간이며 콩팥이며 북어며 빈대떡……이 너저분하게 늘어놓인 안주 탁자에 김첨지는 갑자기 속이 쓰려서 견딜 수 없었다. 마음대로 할 양이면 거기 있는 모든 먹음먹이를 모조리 깡그리 집어삼켜도 시원치 않았다 하되 배고픈 이는 위선 분량 많은 빈대떡 두 개를 쪼이기도 하고 추어탕을 한 그릇 청하였다. 주린 창자는 음식맛을 보더니 더욱더욱 비어지며 자꾸자꾸 들이라 들이라 하였다. 순식간에 두부와 미꾸리 든 국 한 그릇을 그냥 물같이 들이켜고 말았다. 셋째 그릇을 받아 들었을 제 데우던 막걸리 곱배기 두 잔이 더웠다. 치삼이와 같이 마시자 원원이 비었던 속이라 찌르를 하고 창자에 퍼지며 얼굴이 화끈하였다. 눌러 곱배기 한 잔을 또 마셨다.

김첨지의 눈은 벌써 개개 풀리기 시작하였다. 석쇠에 얹힌 떡 두 개를 숭덩숭덩 썰어서 볼을 불룩거리며 또 곱배기 두 잔을 부어라 하였다.

치삼은 의아한 듯이 김첨지를 보며,

“여보게 또 붓다니, 벌써 우리가 넉 잔씩 먹었네, 돈이 사십 전일세.”

라고 주의시켰다.

“아따 이놈아, 사십 전이 그리 끔찍하냐. 오늘 내가 돈을 막 벌었어. 참 오늘 운수가 좋았느니.”

“그래 얼마를 벌었단 말인가.”

“삼십 원을 벌었어, 삼십 원을! 이런 젠장맞을 술을 왜 안 부어…… 괜찮다 괜찮다, 막 먹어도 상관이 없어. 오늘 돈 산더미같이 벌었는데.”

“어, 이 사람 취했군, 그만두세.”

“이놈아, 그걸 먹고 취할 내냐, 어서 더 먹어.”

하고는 치삼의 귀를 잡아 치며 취한 이는 부르짖었다. 그리고 술을 붓는 열다섯 살 됨직한 중대가리에게로 달려들며,

“이놈, 오라질 놈, 왜 술을 붓지 않어.”

라고 야단을 쳤다. 중대가리는 희희 웃고 치삼을 보며 문의하는 듯이 눈짓을 하였다. 주정꾼이 이 눈치를 알아보고 화를 버럭 내며,

“에미를 붙을 이 오라질 놈들 같으니, 이놈 내가 돈이 없을 줄 알고.”

하자마자 허리춤을 훔칫훔칫하더니 일 원짜리 한 장을 꺼내어 중대가리 앞에 펄쩍 집어던졌다. 그 사품에 몇 푼 은전이 잘그랑 하며 떨어진다.

“여보게 돈 떨어졌네, 왜 돈을 막 끼얹나.”

이런 말을 하며 일변 돈을 줍는다. 김첨지는 취한 중에도 돈의 거처를 살피는 듯이 눈을 크게 떠서 땅을 내려다보다가 불시에 제 하는 짓이 너무 더럽다는 듯이 고개를 소스라치자 더욱 성을 내며,

“봐라 봐! 이 더러운 놈들아, 내가 돈이 없나, 다리뼉다구를 꺾어 놓을 놈들 같으니.”

하고 치삼의 주워 주는 돈을 받아,

“이 원수엣돈! 이 육시를 할 돈!”

하면서 풀매질을 친다. 벽에 맞아 떨어진 돈은 다시 술 끓이는 양푼에 떨어지며 정당한 매를 맞는다는 듯이 쨍 하고 울었다.

곱배기 두 잔은 또 부어질 겨를도 없이 말려 가고 말았다. 김첨지는 입술과 수염에 붙은 술을 빨아들이고 나서 매우 만족한 듯이 그 솔잎 송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또 부어, 또 부어.”

라고 외쳤다.

또 한 잔 먹고 나서 김첨지는 치삼의 어깨를 치며 문득 껄껄 웃는다. 그 웃음 소리가 어떻게 컸던지 술집에 있는 이의 눈은 모두 김첨지에게로 몰리었다. 웃는 이는 더욱 웃으며,

“여보게 치삼이, 내 우스운 이야기 하나 할까. 오늘 손을 태고 정거장에 가지 않았겠나.”

“그래서.”

“갔다가 그저 오기가 안됐데그려. 그래 전차 정류장에서 어름어름하며 손님 하나를 태울 궁리를 하지 않았나. 거기 마침 마마님이신지 여학생이신지 (요새야 어디 논다니와 아가씨를 구별할 수가 있던가) 망토를 잡수시고 비를 맞고 서 있겠지. 슬근슬근 가까이 가서 인력거 타시랍시요 하고 손가방을 받으랴니까 내 손을 탁 뿌리치고 홱 돌아서더니만 ‘왜 남을 이렇게 귀찮게 굴어!’ 그 소리야말로 꾀꼬리 소리지, 허허!”

김첨지는 교묘하게도 정말 꾀꼬리 같은 소리를 내었다. 모든 사람은 일시에 웃었다.

“빌어먹을 깍쟁이 같은 년, 누가 저를 어쩌나, ‘왜 남을 귀찮게 굴어!’ 어이구 소리가 처신도 없지, 허허.”

웃음 소리들은 높아졌다. 그러나 그 웃음 소리들이 사라도 지기 전에 김첨지는 훌쩍훌쩍 울기 시작하였다.

치삼은 어이없이 주정뱅이를 바라보며,

“금방 웃고 지랄을 하더니 우는 건 또 무슨 일인가.”

김첨지는 연해 코를 들이마시며,

“우리 마누라가 죽었다네.”

“뭐, 마누라가 죽다니, 언제?”

“이놈아 언제는, 오늘이지.”

“엣기 미친놈, 거짓말 말아.”

“거짓말은 왜, 참말로 죽었어, 참말로…… 마누라 시체를 집에 뻐들쳐 놓고 내가 술을 먹다니, 내가 죽일 놈이야, 죽일 놈이야.”

하고 김첨지는 엉엉 소리를 내어 운다.

치삼은 흥이 조금 깨어지는 얼굴로,

“원 이 사람이, 참말을 하나 거짓말을 하나. 그러면 집으로 가세, 가.”

하고 우는 이의 팔을 잡아당기었다.

치삼의 끄는 손을 뿌리치더니 김첨지는 눈물이 글썽글썽한 눈으로 싱그레 웃는다.

“죽기는 누가 죽어.”

하고 득의가 양양.

“죽기는 왜 죽어, 생때같이 살아만 있단다. 그 오라질 년이 밥을 죽이지. 인제 나한테 속았다.”

하고 어린애 모양으로 손뼉을 치며 웃는다.

“이 사람이 정말 미쳤단 말인가. 나도 아주먼네가 앓는단 말은 들었는데.”

하고 치삼이도 어느 불안을 느끼는 듯이 김첨지에게 또 돌아가라고 권하였다.

“안 죽었어, 안 죽었대도 그래.”

김첨지는 화증을 내며 확신 있게 소리를 질렀으되 그 소리엔 안 죽은 것을 믿으려고 애쓰는 가락이 있었다. 기어이 일 원 어치를 채워서 곱배기 한 잔씩 더 먹고 나왔다. 궂은비는 의연히 추적추적 내린다.

김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가지고 집에 다다랐다. 집이라 해도 물론 셋집이요 또 집 전체를 세든 게 아니라 안과 뚝 떨어진 행랑방 한 간을 빌려 든 것인데 물을 길어 대고 한 달에 일 원씩 내는 터이다. 만일 김첨지가 주기를 띠지 않았던들 한 발을 대문에 들여놓았을 제 그곳을 지배하는 무시무시한 정적(靜寂)―—폭풍우가 지나간 뒤의 바다 같은 정적이 다리가 떨렸으리라. 쿨룩거리는 기침 소리도 들을 수 없다. 그르렁거리는 숨소리조차 들을 수 없다. 다만 이 무덤 같은 침묵을 깨뜨리는―—깨뜨린다느니보다 한층 더 침묵을 깊게 하고 불길하게 하는 빡빡 하는 그윽한 소리, 어린애의 젖 빠는 소리가 날 뿐이다. 만일 청각(聽覺)이 예민한 이 같으면 그 빡빡 소리는 빨 따름이요, 꿀떡꿀떡 하고 젖 넘어가는 소리가 없으니 빈 젖을 빤다는 것도 짐작할는지 모르리라.

혹은 김첨지도 이 불길한 침묵을 짐작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으면 대문에 들어서자마자 전에 없이,

“이 난장맞을 년, 남편이 들어오는데 나와 보지도 않아, 이 오라질 년.”

이라고 고함을 친 게 수상하다. 이 고함이야말로 제 몸을 엄습해 오는 무시무시한 증을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인 까닭이다.

하여간 김첨지는 방문을 왈칵 열었다. 구역을 나게 하는 추기―— 떨어진 삿자리 밑에서 나온 먼지내 빨지 않은 기저귀에서 나는 똥내와 오줌내 가지각색 때가 켜켜이 앉은 옷내 병인의 땀 썩은 내가 섞인 추기가 무딘 김첨지의 코를 찔렀다.

방 안에 들어서며 설렁탕을 한구석에 놓을 사이도 없이 주정꾼은 목청을 있는 대로 다 내어 호통을 쳤다.

“이런 오라질 년, 주야장천 누워만 있으면 제일이야. 남편이 와도 일어나지를 못해.”

라는 소리와 함께 발길로 누운 이의 다리를 몹시 찼다. 그러나 발길에 채이는 건 사람의 살이 아니고 나무등걸과 같은 느낌이 있었다. 이때에 빽빽 소리가 응아 소리로 변하였다. 개똥이가 물었던 젖을 빼어 놓고 운다. 운대도 온 얼굴을 찡그려 붙여서 운다는 표정을 할 뿐이다. 응아 소리도 입에서 나는 게 아니고 마치 뱃속에서 나는 듯하였다. 울다가 울다가 목도 잠겼고 또 울 기운조차 시진한 것 같다.

발로 차도 그 보람이 없는 걸 보자 남편은 아내의 머리맡으로 달려들어 그야말로 까치집 같은 환자의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이년아, 말을 해, 말을! 입이 붙었어, 이 오라질 년!”

“……”

“으응, 이것 봐, 아무 말이 없네.”

“……”

“이년아, 죽었단 말이냐, 왜 말이 없어.”

“……”

“으응, 또 대답이 없네. 정말 죽었나 버이.”

이러다가 누운 이의 흰 창을 덮은 위로 치뜬 눈을 알아보자마자,

“이 눈깔! 이 눈깔! 왜 나를 바라보지 못하고 천장만 보느냐, 응.”

하는 말 끝엔 목이 메였다. 그러자 산 사람의 눈에서 떨어진 닭의 똥 같은 눈물이 죽은 이의 뻣뻣한 얼굴을 어룽어룽 적시었다. 문득 김첨지는 미친 듯이 제 얼굴을 죽은 이의 얼굴에 한데 비비대며 중얼거렸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출전:개벽48(1924.6)

작자 : 현진건

갈래 : 단편 소설

경향 : 사실주의

(1) 속어를 유감 없이 구사해서 현실감을 돋보임

(2) 극적인 구성으로 생동감을 안겨줌

(3) 등장인물들이 한결같이 식민지하에서 학대 받는 민중이며, 그들의 처절한 현실은 일제의 압제 소산임을 대변.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주인공의 행과 불행, 그에 따른 그의 심리상태를 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부분적으로는 인물의 외부에서 인물의 행동이나 태도를 관찰하는 관찰자 시점을 병행하고 있다. 특히, 김 첨지의 행동을 서술하는 대목에서 작가는 객관적 태도를 견지하려는 모습을 역력히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전지적 작가 시점을 중심으로 하되, 작가 관찰자 시점을 병행하는 복합적인 시점을 취하고 있다. 이는 작품의 사실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문체 : 대화의 기법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작중 인물을 구체적이고 현실감 있게 제시한다. 또 대화 속에 비속한 말이나 욕설을 삽입하여 하층 노동 계급의 삶을 리얼하게 그려내고 있다

배경 : 일제 강점기의 서울

성격 : 현실 고발적, 사실적

표현 : 작품 전체가 반어, 곧 상황의 아이러니의 구조로 되어 있다. 구성은 여러 개의 사건이 하나의 초점을 향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단일성을 가지고 있다. 인물의 설정에 있어서 당시의 급변하는 사회상을 대변하는 여러 부류를 나열해서 시대적 특징을 엿보게 한다. 묘사와 서술, 대화 등의 기법을 통하여 작품에 리얼리티를 부여하고, 말과 행동을 통해 인물의 내면 심리를 잘 묘사했고,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묘사로 사건을 현실감 있게 표현함, 비속한 말과 욕설 등 하층민의 생활상을 보여 주는 어휘가 적절하게 구사되었다.

제재 : 뜻밖의 행운으로 벌이가 좋아 기쁨과 불안에 부대끼는 인력거꾼

주제 : 일제 강점기하의 하층민의 비참한 생활상

구성 : 작품 속의 사건들이 하나의 초점을 향해 시간적인 순서에 따라 직선적으로 연결된 단순구성이다. 이로 인해 사건 전개 과정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결말에서의 아이러니에 의한 비극적 감동이 독자들에게 분명하게 전달된다.

발단 : 인력거꾼 김 첨지는 오랜만에 행운을 만나 병든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 먹일 수 있게 되어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전개 : 행운이 계속되자 김 첨지는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귀가를 서두른다.

위기 : 선술집에서 친구 치삼이와 술을 마시면서 김 첨지는 아내에 대한 불안감으로 횡설수설한다.

절정 : 설렁탕을 사 들고 들어온 김 첨지는 불길한 침묵에 맞서 고함을 친다.

결말 : 아내의 죽음을 확인한 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하고 독백한다.

인물 :

김첨지: 가난한 인력거꾼. 비극의 주인공으로 하층민을 대표하는 전형적 인물로 욕지거리 잘하고 몰인정하게 보이지만 속으로는 아내를 걱정하는 선량한 인물이다.

아내: 김첨지의 병든 아내. 설렁탕을 먹어 보았으면 하는 최소한의 욕망도 이루지 못하고 굶주린 채 죽음

치삼이: 김첨지의 친구

줄거리 :

1. 오래간만에 얻은 행운

– 김 첨지에게 오래간만에 운수 좋은 날이 닥쳐 아침 댓바람에 80전을 벌게 됨.

2. 집에서 앓고 있는 아내

– 중병을 앓고 있으나 약 한 첩 써 보지 못하는 비참한 현실

3. 푼푼한 김 첨지의 마음

– 아내에게 설렁탕을 사 줄 수 있게 됨.

4. 계속되는 행운

– 학교 문 앞에서 남대문 정거장까지 가자는 학생을 만남

5. 잇달은 행운에 대한 김 첨지의 겁냄

– 나가지 말라고 애걸하던 아내의 얼굴이 떠오름

6. 손님과의 찻삯 흥정

– 돈을 벌 욕심에 아내의 병을 염려하던 마음이 사라짐.

– 엄청난 차삯으로 학생과 흥정이 이루어짐.

7.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 들고 집에 도착한 김 첨지

– 무시무시한 정적(靜寂) : 분위기 묘사

– 침묵을 한층 더 깊게 하는 어린애 젖 빠는 소리

8. 불길한 침묵

– 고함 : 공포를 쫓아 버리려는 허장성세

9. 방 안의 추기

10. 아내의 죽음 확인

– 나뭇등걸과 같은 느낌 => 불길한 예감 확인

– 개똥이의 처절한 울음 소리

11. [결말] 아내가 살아 있기를 기대하는 김 첨지

– 아내의 머리를 꺼들어 흔들며 고함 => 허무한 기대감

12. 아내의 죽음에 통곡하는 김 첨지

– 운수 좋은 날이 운수 사나운 날로 바뀜 => 결말

김첨지는 인력거꾼이었다. 장사가 잘 안되어 며칠 동안이나 돈 구경을 옳게 못했는데, 이 날은 이상하다고 하리만큼 운수가 좋았다. 앞집 마나님을 위시해서 교원인 듯 싶은 양복장이를 학교까지 태워다 주고서는 첫 번에 삼십 전, 둘째 번에 오십 전 도합 팔십 전을 벌었다. 눈물이 날 만큼 기뻤다. 앓아 누워 있는 아내에게 설렁탕 한 그릇을 사다 줄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의 아내는 앓아 누운 지 오래 되었다. 거기다 약 한첩을 못 쓰니 완치가 되기란 거짓말이기 때문이다. 아내는 사흘 전부터 설렁탕 국물이 마시고 싶다고 졸라댔다. 그러나, 그의 행운은 그걸로 그치지 않았다. 비를 그냥 맞으면서 학생을 남대문 정거장까지 태워다 주고서 일 원 오십 전이란 큰 돈을 받았다. 기뻤다. 한편으로는 겁이 나기도 했다. 오늘따라 운수가 너무 좋으니 말이다.

더구나, 아침에 나올 때 아내가 오늘은 제발 나가지 말아달라고 당부했었다. 어쩐지 불길한 예감이 머리에 떠올랐다. 정거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커다란 짐을 가진 손님을 한 사람 태워다 주었다. 기적 같은 벌이었다. 아무래도 이 기쁨이 계속되지 않을 것 같았다. 불행이 곧 덜미를 내리짚을 것만 같았다. 그러던 차에 마침 길가 선술집에서 나오는 그의 친구인 치삼이를 만났다. 그대로 끌고 들어가 곱배기로 넉 잔을 마셨다. 눈이 개개 풀렸다. 머리를 억누르는 불안을 풀어 버리기 위해 벼락같이 고함을 지르다가 금방 껄껄거리며 웃고, 그러다가는 또다시 목놓아 울기도 하며 법석을 떨었다. 김 첨지는 취중에도 설렁탕을 사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이래야 남의 행랑방이었다. 너무 조용하다. 다만 어린애의 빈 젖 빠는 소리가 날뿐이었다. 김 첨지는 목청을 있는 대로 내어 욕을 퍼부으며 발을 들어 누운 아내의 다리를 찼지만,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나무등걸과 같았다. 아내는 죽어 있었다.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의 궁핍상을 보여 주고 있다. 병들어 누운 아내가 죽음을 예감하고 남편에게 출타를 만류하는데도 뿌리치고 나갈 수 밖에 없는 것이 그의 현실 생활이다. 이 참담한 처지의 하층 빈민에게는 참된 의미의 ‘운수 좋은 날’이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착각의 행운 뒤에는 아내의 죽음과 같은 더 큰 불행이 있음을 이 작품은 말해 주고 있다.

단편 소설로서 아주 탄탄한 구성을 이루고 있는 이 소설은, 작품 전후의 명암의 대비로 예각적인 아이러니를 유발시키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이러한 특징은 제목에서 이미 나타나 있는데, 즉 현실 속의 빈한(貧寒)과 불행을 역설적으로 표현하여 전체 작품의 골격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평소보다 많은 손님으로 인한 외면상의 행운을 즐거워하고 있는 인력거꾼 김첨지의 하루 일과가 제시됨과 아울러, 동시에 아내의 병으로 인한 마음 속의 불안이 교묘히 교차되고 있다. 파국을 향한 긴장 관계의 고조는 끝내 결말에 이르러 통렬한 반어로 끝을 맺는데, 이는 식민지하의 하층민들에게는 운수 좋은 날이 역설적으로 가장 불행한 날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작품 중간중간에 자주 나타나는 불안한 예감이라는 복선(伏線)이 긴장을 풀어지게 만들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구성은 그 뛰어난 짜임새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출처 : 구인환 김흥규 저 한샘문학 교과서)

이해와 감상 2

이 작품의 전체적인 구성은 아이러니에 바탕을 두고 있다. 가난한 인력거꾼에게 가장 긴박하게 필요한 것은 돈이다. 아내가 병을 앓고 누워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그 필요한 돈을 얻고 나자, 아내가 세상을 떠나 버린다. 돈이 필요 없어진 것이다. 식민지 시대의 궁핍한 도시 근로자의 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이 작품은, 결말 부분에 이야기의 역전(逆轉)을 통해 고통스러운 현실에 대한 참담한 비애를 토로하고 있다. 등장 인물의 심리적 긴장 상태도 긴박감 있게 묘사되어 있다.

이 작품은 1920년대 하층 노동자의 삶을 날카로운 관찰로 생생하게 그려 놓은 작가의 대표작이다. 일제 치하 서울 동소문 안에 사는 인력거꾼 김 첨지의 운수 좋은어느 하루를 담아 보이면서, 당시 도시 하충민의 비참한 생활상을 암시하고 있다. 대화에서 뿐만이 아니라 지문에서도 속되고 거친 말투를 여과 없이 드러냄으로써 밑바닥 인생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또한, 신문화에 수용되는 과정을 학생이나 양복쟁이와 같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표현함으로써 당시 급변하는 사회상의 일면을 제시하고 있다. 이 소설의 표제가 된 “운수 좋은 날”은 사실 인력거꾼으로 큰 벌이를 한 운수 좋은 날이 아니라 병든 아내가 죽은 비운의 날의 ‘반어적(irony) 표현’이다. 즉, 운수 좋아 돈도 벌고 선술집에서 건주정까지 부리는 김 첨지의 표면적 행동과 아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내면 심리가 대림과 갈등을 일으키는 독특한 아이러니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반어(反語)는 겉과 실상이 반대되어 표현의 효과를 증대시키는 방법이다. 아이러니에는 말뜻의 속과 겉이 반대가 되는 ‘말의 아이러니’와 상황이 상반되는 ‘상황의 아이러니’가 있다. 운수 좋은 날은 ‘상황의 아이러니’이다. 현진건 문학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문학에서도 단편 소설의 한 전형으로 꼽히며, 더욱이 주인공 ‘김 첨지’에 대한 반어적 묘사는 우리 문학의 하층민 수용이라는 점에서 매우 기릴 만한 성취로 평가되고 있다.

이해와 감상 3

이 작품은 1920년대에 씌어진 소설로, 그 속에 그려진 인물의 삶이나 사회상이 우리가 사는 이 시대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읽게 되면 진한 감동을 얻게 된다. 이 소설이 그려 내고 있는 삶의 원리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과 같이 아이러니형 구성에 속하는 작품의 주인공은 만족한 상태로 나아가려고 부단히 노력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불만족의 상태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더욱 더 큰 불행과 시련을 겪어야 하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된다. 이 소설의 주인공 김 첨지 역시 궁핍한 생활에서 벗어나려고 갖은 애를 쓴다. 그런 김 첨지에게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행운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주는 계기로 보이지만 그 행운 뒤에는 아내의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 지독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 작품의 반어적 결말은 이러한 삶의 아이러니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이 이야기는 결코 남의 이야기일 수만은 없다.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다든지. 아무리 노력해도 뛰어넘기 어려운 장벽이 있다든지 한 것이 삶의 모습이다. 그런 점에서 김 첨지의 아이러니는 우리가 살아가는 과정에서 언제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이다. 이 작품이 공감을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음을 알도록 한다. (출처 : 김대행 김동환 저 문학교과서)

이해와 감상4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김 첨지라는 인물이 하루 동안에 겪은 일들을 서술하고 있다. 김 첨지는 식민지 시대 하층민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 작품의 제목인 ‘운수 좋은 날’은 실제로 김 첨지에게는 가장 운수 나쁜 날이었다.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은 첫 문장에서 복선으로 제시되어 있다. ‘새침하게 흐린 품이 눈이 올 듯하더니 눈은 아니 오고 얼다가 만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다.’는 내용은 비극적이고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이러한 배경 묘사를 통해 김 첨지의 하루 동안의 일이 비극적으로 끝날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암시는 김 첨지에게 계속되는 행운과 불안감이 끊임없이 교차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확대되고 있다. 김 첨지는 여느 날과는 달리 많은 돈을 벌게 되었다는 행운으로 기뻐하지만, 끊임없이 병들어 앓고 있는 아내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은 결국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되고 있다. 따라서 김 첨지에게 ‘운수 좋은 날’ 은 실제로 ‘운수 나쁜 날’로 마감되고 만 것이다.

‘운수 좋은 날’은 식민지 자본주의에 의해 수탈 당하고 있는 민중의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작가는 그와 같은 시대상을 날품팔이 노동자인 인력거꾼 김 첨지를 통해 전달하고 있다. 주인공 김 첨지의 가난은 결코 한 개인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그가 당하는 고통은 그 개인의 문제라기보다는 김 첨지와 그의 친구인 치삼 그리고 아내 등의 등장인물들과 혼합되어 그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대표하는 계급 . 계층의 문제로 부각되는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러한 시대적 고통을 특히 ‘운수 좋은 날’이라는 반어적 기법을 통해 더욱 절실하게 부각하고 있다. 작품 전체를 통해 계속 되는 첨지의 행운은 오히려 소설을 읽는 독자로 하여금 그러한 행운이 불길한 사건을 안고 있으라는 심증을 더욱 굳혀가게 하고 있으며, 결국 그러한 행운이 아내의 죽음이라는 사건과 만나게 함으로써 김 첨지의 고통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결국 이 작품은 행운과 불행의 교차라는 탄탄한 구성과 ‘운수 좋은 날’이라는 반어적 설정을 통해 김 첨지로 대표되는 당대의 노동자의 비극적인 삶을 효과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한국 문학사에서 사실주의 소설의 대표작으로 평가받고 있다.(출처 : 김병국 외 4인 공저 한국 교육미디어 문학)

“운수 좋은 날”의 구성상 특징

이 작품은 무엇보다 구성의 솜씨가 뛰어나다. 작품 속의 시간은 김 첨지가 인력거를 끌고 나선 아침부터 집에 돌아오는 저녁때까지인데, 그 동안의 사건이 평면적으로만 서술되지 않고 외면적 행동과 내면의 심리, 들뜬 즐거움과 무거운 불안감 등의 반복적 교체로서 교묘하게 엮어져 있다. 그것을 알기 쉽게 간추리자면 다음과 같은 과정이 되풀이되면서 작품이 전개되는 것이다.

<손님을 태우는 장면 - 돈을 번 데서 오는 기쁨 - 갑자기 엄습하는 불안 - 불안을 잊기 위한 행동>

이렇게 볼 때 이 작품을 지탱하는 구성의 주축은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하나는 다른 날보다 손님을 많이 태워서 뜻밖의 액수를 벌게 되는 외면상 행운의 흐름이요, 다른 하나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더 멀어지는 내면의 불안 심리라는 흐름이다.

이와 같은 긴장 관계는 점점 고조되다가 선술집 장면에서 가장 괴로운 위기에 도달한다. 김 첨지는 마음속이 극도로 불안하면서도 바삐 집에 들어가지 않고 술을 마시며 돈을 뿌리고 횡설수설하는데, 이와 같은 행동은 아내의 상태에 대한 불안감이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상태로까지 발전한 데서 나타나는 것이다. 특히 “우리 마누라가 죽었다네.”라고 말했다가는 “죽기는 누가 죽어.”라고 손뼉을 치며 웃는 행동은 매우 암시적이다. 이 행동은 단순한 농담이나 장난이 아니라 아내가 죽었을지도 모른다는 강한 예감의 표현이다. 그러한 예감이 너무나 뚜렷하고 무섭기 때문에 김 첨지는 집에 들어가기를 두려워하고 선술집에서 울고 웃으며 정신 나간 듯한 짓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예감은 마침내 김 첨지가 집에 들어서는 부분에 와서 순간적인 공포로서 절정에 이르고, 곧바로 죽음의 확인이라는 비통한 결말에 도달한다. 모처럼 설렁탕까지 사 가지고 돌아왔건만 아내는 차디찬 주검이 되어 누워 있는 것이다. 이 결말은 뜻밖의 사실이 아니라 그 이전까지의 단계에서 불안의 점진적 발전에 의해 암시되었던 결과이다.

여기에서 ‘운수 좋은 날’이란 말은 가장 참혹하고 비통한 날에 대한 반어적(反語的) 표현으로서 그 참모습이 드러난다. 이 통렬한 반어로서 작품 전체의 긴장을 끝맺는 작가의 수법을 단순히 솜씨 있는 기법이라고만 말할 수는 없다. 그것은 식민지 시대의 궁핍한 현실 속에서 하층민들이 겪고 있던 삶의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고발이요 증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운수좋은날’의 반어성(反語性)

현진건 소설의 구조적 특성은 그 반어성(反語性)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현실이나 사회의 단순한 사진사적 모사자(模寫者)로 머물기를 거부한다. 반어적 정관(精觀)으로 현실을 관찰하는 눈을 당대의 어느 작가보다도 철저하게 지니려 했던 것 같다. 이것은 그만큼 그의 현실에 대한 도전이 집요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결국 그는 이와 같이 20년대란 당대적 사회나 인간성의 모순적인 복함 형태를 아이러니를 빌려서 수평적으로 해부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의 아이러니는 흔히 ‘B사감과 러브레터’처럼 과장될 수 있는 국면을 지니기도 하지만 대개는 이를 지양하고 있다. 이와 같이 전후에 있어서의 모순의 대치를 통해 현실의 총체를 병렬하는 수법은 그의 소설의 미학이면서 동시에 그의 현실에 대한 강한 충직성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상징적 배경

소설에 나타난 배경은 인물과 사건에 많은 영향을 준다. 압축된 구성에 의해 줄거리를 전개해 나가는 단편 소설에서는 배경 자체가 주제를 향한 상징성을 띠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전반에 깔리는 배경 즉, 하루 종일 추적대며 내리는 비는 이 소설의 주제와 깊은 연관성을 가진다. 특히, 전개 부분의 비 오는 하늘과 어둠침침한 황혼의 배경은 장자 다가올 인물의 불행한 결과에 대한 두려움을 암시한다. 이는 또한 아내의 죽음을 내다보는 불안한 예감과 함께 행운 뒤에는 또 다른 불행이 잠재해 있음을 표현한 것이기도 핟. 이와 같이, 작품의 배경 뵤사를 통해 독자는 인물의 결말을 예측할 수 있게 되는데, 그런 상황 때문에 상징적 요소로서의 배경이라고 표현하게 된다. 이런 배경의 역할은 구성이 치밀한 단편 소설에서 작 품의 미학적 아름다움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이다.

식민지 현실의 상징적 형상화

‘운수 좋은 날’은 당대의 어떤 소설보다도 생생하게 식민지 시대의 궁핍상을 보여 주고 있다. 병들어 누운 아내가 죽음을 예감하고 나가지 말 것을 간청하는데도 나갈 수 밖에 없는 인력거꾼은 당대의 전형적인 하층민이다. 이 참담한 처지의 하층 빈민에게는 참된 의미의 ‘운수 좋은 날’이란 있을 수 없다. 오히려 착각에 불과한 행운 뒤에는 아내의 죽음과 같은 불행이 있음을 이 작품은 말해 주고 있다. 이러한 주제 의식을 표출하는 데는 적절한 장치의 도움이 필요한데,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그 좋은 예이다. 이 비는 일종의 상징적 배경으로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식민지 시대 우리 사회의 분위기를 동시에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운수 좋은 날”의 작품 기법

인물 제시 : 서술자에 의한 직접적 제시로 되어 있으나 대화 속에서 인물의 특성이나 면모를 알 수 있는 간접적 제시 방법도 함께 쓰였다. 특히, 대화의 내용 – 김 첨지의 욕설이나 속어 등은 사회 빈민층의 심리를 단편적으로 보여 준다.

사건 전개의 방법 : 김 첨지의 행위가 추보적으로 전개되는 사건의 중간에 들어감으로써, 사건의 정황을 보다 확실히 전달하는 부분에서 요약, 압축에 의한 기교가 나타난다. 이렇게 삽입된 사건들을 부속 사건이라고 하며, 단편소설의 기법상 길게 서술되지 못한다. “운수 좋은 날”의 ‘발단’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에서 이런 특징을 살펴볼 수 있다.

갈등의 구조 : 이 작품에서의 갈등은 인물의 심리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김 첨지의 심리 내부에서 반복되고 심화된 갈등으로 자리를 잡는다. ‘집’이라는 구체적인 공간도 갈등의 정도를 나타내는 기준이 된다. 즉, 집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주인공의 갈등이 심화되고, 멀어질수록 해소가 이루어지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집에서 멀어지는 부분에서 떨칠 수 없는 집 생각으로 갈등이 반복 심화된다. ‘집’은 김 첨지가 벗어날 수 없는 내면적 공간이다.

표현의 특징

(1) 반어(Irony)적 표현(상황의 아이러니) : 이 소설의 표제가 된 ‘운수 좋은 날’은 사실 인력거꾼으로 큰 벌이를 한 운수 좋은 날이 아니라 병든 아내가 죽은 비운의 날의 ‘반어적(Irony) 표현’이다. 즉, 운수 좋아 돈도 벌고 선술집에서 건주정까지 부리는 김첨지의 표면적 행동과 아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내면 심리가 대립과 갈등을 일으키는 독특한 아이러니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2) 비속어의 빈번한 사용이 가져오는 효과 – 하층민의 삶을 사실적으로 그림.

아이러니(irony)

말이나 글에서 문자적 의미에 감추어져 있거나 그와 반대되는 의미를 나타내는 어법( 반어법), 또는 극적 상황에서 예상되는 것과 실제로 일어나는 것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극적 아이러니).

반어법(verbal irony)은 존재와 당위 간의 차이에 대한 고도화된 인식으로부터 일어나며, 감정이 절제된 페이소스를 나타낸다. 그것은 ‘아주 어리석다’는 의미로 “잘 한 일이야!”라고 하는 평범한 반어법에서처럼, 공공연한 칭찬이나 비난을 피하는 간접적인 표현형식이다. 극적 아이러니(dramatic irony)는 말의 사용보다는 작품의 구조에 달려 있다. 희곡에서는 아가멤논이 아부에 넘어가 자신의 수의(囚衣)가 될 자줏빛 융단 위를 걷는 경우처럼, 등장인물 스스로는 깨닫지 못하는 다가올 운명을 관객이 알고 있을 때 일어난다. O.헨리의 단편소설이 갖는 예기치 않은 결말이나 체호프의 소설 〈개를 데리고 있는 여인 Lady with the Dog〉에서 좀더 미묘하게 얻어지는 효과 등은 극적 아이러니의 본보기인데, 체호프의 소설은 도가 튼 난봉꾼이 늘상 여자들을 희롱하다가 결국 다른 모든 여인들과 다를 바 없는 한 여인과 일생 동안 정열적인 사랑에 말려들고 만다는 내용이다.

아이러니라는 말은 그리스 희곡에서 거듭 재치를 발휘하여 허풍선이 알라존(alazn)을 패배시키는 영리한 인물 에이론에서 비롯되었다. 플라톤의 대화에 나오는 소크라테스적 아이러니는 이러한 희극적 기원에서 비롯되었다. 소크라테스는 무지와 겸손을 가장하여 모든 종류의 사람들에게 모든 종류의 주제에 관하여 어리석고 명백한 질문을 함으로써 그들이 자기보다 더 무지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아이러니가 비문학적(非文學的)으로 사용될 때는 대개 풍자(sarcasm)로 간주된다. (출처 : 브리태니커백과사전)

당대 사회와의 관계(반영론적 관점)

(1) 김첨지라는 전형적 인물을 통해 나타내고자 한 것 – 일제의 수탈과 압제에 시달리는 비참한 조선 하층민의 생활상.

(2) 신문화에 수용되는 과정을, 학생이나 양복쟁이와 같은 인물들을 등장시켜 표현함으로써 당시 급변하는 사회상의 일면을 제시하고 있다.

구성상의 암시적 요소

소설의 배경은 인물이나 사건에 대한 단순한 시간이나 장소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특히, 압축된 구성에 의해 줄거리를 엮어 나가는 단편 소설에서는, 배경이 주제를 돕는 상징적 의미로 제시되어 암시의 기능을 수행하기도 한다. ‘운수 좋은 날’에서 하루 종일 내리는 비가 배경으로 되어 있는 것도, 결국 사건의 결말이 어떻게 맺어질 것인가를 암시해 줌으로써 상징적 배경이 되고 있다. 배경의 이와 같은 기능은 구성이 치밀한 단편 소설에서 작품의 효과를 돋보이게 하는 요소가 된다.

한편, 단편 소설에서는 압축에서 오는 효과를 살리기 위해 아주 짤막한 이야기를 삽입함으로써 사건의 방향을 암시하고, 주제를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부속 사건들은 김 첨지의 행위가 시간적 순서를 따라 전개되는 중간에 요약과 압축으 기법에 의해 삽입되어, 사건의 정황을 보다 확실히 전달한다. 이와 같이 삽입되는 부속 사건들은 단편 소설의 기법상 길게 서술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발단’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가 그 예이다.(출처 : 구인환 김흥규 저 한샘문학 교과서)

‘운수 좋은 날’에서의 ‘집’의 의미

이 작품에서 갈등의 강도는 ‘집’이라는 구체적인 공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즉 ‘집’과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내적 갈등이 심화되고, 멀어질수록 갈등의 해소가 이루어진다. ‘집’에서 멀어지는 부분에선 떨칠 수 없는 집 생각으로 갈등이 반복 심화된다. 그러나 김 첨지에게 있어서 ‘집’은 벗어날 수 없는 공간이다.

사회적 관점에서 본 ‘운수 좋은 날’

이 작품은 김 첨지의 하루 생활을 그려, 당대의 시대 상황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문학이 사회적으로 현실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가치나 감정의 척도로서 돈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인 여러 기능과 돈에 대한 감정, 의식 등이 다루어지고 있다. 김 첨지가 번 돈 중의 얼마를 내팽개침으로써 돈에 대한 원한과 모멸을 동시에 표현한 것은, 하층민의 돈의 관계를 반어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행위는 김 첨지가 속한 계층의식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상호적인 의미를 가진다.

‘운수 좋은 날’에 나타난 돈

김 첨지는 술집에 들어가서 하루 동안 번 돈 중에서 얼마간을 내팽개친다. 돈에 대한 모멸과 원한의 한 장면이다. 그러나 김 첨지의 감각은 그것이 결코 유희적 발상에서가 아니라, 김 첨지와 같은 계층 일반의 돈과 인간과의 반어적 관계를 보이고 있다. 돈이 인격과 생활의 지배자가 되고 인간의 주인이 되고 있다는 사실과 불균형한 사회 구조에 대한 정직한 반응으로 묘사되고 있다. 김 첨지의 논의에 있어서, 우리는 다시 내적 경험의 방법에서도 의견을 물을 수 있다. 김 첨지의 돈에 대한 행위는 김 첨지 개인의 사적 경험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작가는 묘사하고 있지 않다. 김 첨지 개인은 그 계층의 추상(抽象)으로 문제시되도록 작가는 의도하고 있으며, 그것은 훌륭하게 성공되었다. 그러므로 김 첨지의 행동을 밑받침하고 있는 심리적 근거는 건전한 것이며, 사회 발전의 문맥에 있어서도 정확한 대표적 문제로 다루고 있다.(출처 : 신동욱의 ‘한국 현대문학론’에서)

참고 자료

학생들이 ‘운수 좋은 날’을 학습하면서 유의해야 할 점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아닌가 한다. 첫째, 묘사에 주목한다. 이 작품은 인물과 상황의 묘사가 뛰어나다. 특히 선술집에서의 묘사는 사실감과 함께 박진감이 있다.

둘째, 김 첨지의 행동이 어떤 심리 상태에서 나온 것인지를 이해한다. 김 첨지의 행동은 때때로 당혹스럽고 혼란스럽다. 그러나 거기에는 개연성이 있다. 김 첨지가 처한 상황과 그에 반응하는 심리를 이해하면 김 첨지의 행동도 이해가 될 것이다.

셋째, 이 소설의 묘미는 아이러니에 있다. 가난한 인력거꾼의 아내가 병들고 굶주려 죽었다는 이야기 자체만으로는 소설이 되기 어렵다. 달리 말해 행운이 찾아오는 줄 알고 즐거워했는데, 알고 보니 그 행운 뒤에 더 큰 불행이 기다리고 있었다는 점이 이 작품의 주제가 된다. 이 주제는 우리 삶의 한 측면을 진실되게 포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학생들은 이를 통하여, 삶에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늘 잠복해 있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고, 그 이해가 곧 이 작품의 감동과 연결된다.

넷째, 김 첨지가 처한 가난을 이해한다. 이 작품에서 묘사된 김 첨지의 가난은 보통 학생들이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다. 학생들은 이를 통하여 세상에는 이처럼 처절한 가난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며, 이 또한 이 작품을 통해 공부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 가난을 너무 식민지 상황과 연결시켜 이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렇게 되면 가난에 대한 공부보다는 단순 논리로 배우는 역사 공부가 되기 쉽다.

앞서 말한 네 가지의 유의 사항 중에서 교사의 직접적인 설명이 좀 더 필요한 사항은 아이러니에 대한 것이다. 우선은 아이러니의 개념을 학생들에게 설명해 주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너무 복잡하고 전문적인 설명은 고등학생들에게 필요 없을 것이다. 그냥 표면적으로 기대되는 의미와 실질적인 의미가 상반되는 것을 아이러니 또는 반어라고 한다고 가르치면 될 것이다. 그리고 작품 속에 어떤 면을 두고 아이러니라고 하는지 알려 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운수 좋은 날’에는 아이러니가 복합적으로,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선 전체 스토리가 아이러니하다. 김 첨지에게 운수 좋은 날, 즉 뜻밖에 수입이 좋은 날이었는데, 그 날이 바로 아내가 죽은 날이 되었다. 김 첨지가 돈을 한 푼이라도 더 벌고자 한 것은 아내를 위해서였지만, 그 돈을 벌게 되자 아내가 죽어 버린 것이다. 이러한 스토리 자체가 아이러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스토리의 아이러니가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러니다.

그 다음에 아이러니는 제목에서 발견된다. 작가는 김 첨지가 아내를 잃은 불행한 날을 두고 ‘운수 좋은 날’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실제로는 가장 불행한 날이지만 작가는 그 반대의 뜻을 가진 제목을 붙임으로써 아이러니의 효과를 노렸던 것이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은 그 내용이 쉽고 단순하지만, 적지 않은 소설적 미덕을 지닌 좋은 작품이다. 이 작품에 대해서 교사가 직접 설명하여 가르칠 내용은 별로 많지 않다. 학생들이 성실하게 작품을 읽고 이해한다면, 교사는 아이러니에 대한 설명을 조금 해 주면 충분하지 않을까 한다. 그 다음에는 학생들이 각자 이 작품을 읽은 소감을 서로 나누어 보는 것으로 이 작품에 대한 공부는 충분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해하기

1. 이 작품은 아내의 죽음 이라는 결말을 제시하기 전에 여러 차례 이를 암시하는 사건을 배치하고 있다. 그 사건을 찾아보고 이를 효과적인 구성이라는 측면에서 설명해보자.

교수학습 방법 :

단편 소설은 인물이 겪는 여러 사건이 하나의 결말을 향해 진행되는 결말을 향해 진행되는 단일 구성을 취한다 이 작품 역시 김첨지가 하루동안에 겪는 사건이 아내의 죽음 이라는 결말을 향해 진행된다 따라서 이야기의 흐름이 하나의 주제를 형성하는 과정을 학생들이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학생 활동 :

김첨지는 남대문 정거장까지 태워 달라는 학생의 말을 듣고 잠깐 망설인다. 이는 오늘은 나가지 말라는 아내의 말이 자꾸 생각나 인력거를 제대로 끌지 못한다. 하루의 일과를 마친 김첨지는 집으로 곧장 돌아가지 않고 친구 치삼을 만나 술을 마신다. 이는 자기를 기다리고 있을 불행과 마주치지 않기 위해서이다. 또한 김 첨지가 집에 돌아왔을 때에는 평소와는 다른 무서운 적막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러한 사건들은 모두 아내의 죽음이라는 결말을 암시하는 사건들이다. 이처럼 이 작품에서는 결말을 암시하는 여러 사건을 제시하여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으며 김첨지의 거듭되는 행운 속에 불길한 예감을 배치함으로써 아내의 죽음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보다 효과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2. 이 작품에서 김첨지는 친구 치삼을 만나 많은 시간을 허비한 다음에야 집으로 간다. 작가가 김첨지와 치삼이 만나는 장면을 굳이 삽입한 이유를 설명해보자.

교수학습 방법 :

소설 속의 사건은 우연히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내적인 필연성을 가진다 각 사건이 주제를 형상화하는 데 어떤 의미를 갖는지 학생들 스스로 탐구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학생 활동 :

집이 가까워질수록 김 첨지의 마음은 점점 아내의 죽음에 대한 예감 때문에 불안해진다. 그때 친구 치삼을 우연히 만난다. 김 첨지는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능한 한 늦추려는 심정에서 치삼이 만나는 장면을 굳이 삽입한 것은 아내의 죽음에 대한 김첨지의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나타내고 아내의 죽음이라는 결말을 보다 극적으로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3. 이 작품에는 궂은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자연적 배경이 작품 곳곳에 반복적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 묘사가 사건의 전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설명해보자.

교수학습 방법 :

소설의 배경은 인물이 처한 상황이나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조성하고 사건의 진행 방향 암시한다. 또한 배경 자체가 주제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점을 학생들이 구체적인 작품의 내용과 연결시켜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학생활동 :

이 작품에서 얼다가 만 비는 계절적 배경을 나타낸다. 또한 비가 내리는 날임에도 불구하고 김 첨지가 일을 나가야만 했다는 것은 김 첨지가 매우 가난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비는 음산한 분위기를 조성하며 김 첨지에게 닥칠 비극적 사건을 암시한다.

4. 이 작품에서 작가가 김 첨지의 성격을 제시하기 위해 사용한 요소들을 다음 사항을 중심으로 정리해 보자.

교수학습 방법 :

소설에서 인물의 성격을 형상화하는 방법에서는 서술자의 직접적 제시와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를 통한 간접적 제시가 있다. 구체적인 예를 통해 인물의 성격을 제시하는 방법을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1) 김첨지가 아내를 대하는 태도

예시학생 활동 :

김첨지는 아픈 아내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전하는 대신 욕설을 하면서 뺨을 때린다. 하지만 아내를 바라보는 그의 눈시울은 뜨끈뜨끈해진다. 그는 또한 비오는 날 취중에도 아내가 원하는 설렁탕 한 그릇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처럼 그는 겉으로는 아내를 험하게 대하면서도 속으로는 아내를 걱정하는 따뜻한 애정과 순박함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김첨지가 아내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으로 실정함으로써 아내에 대한 김첨지의 안쓰러움과 가난한 현실에 대한 처절한 슬픔을 독자가 더욱 절실하게 느끼게 만든 것이다.

2) 김첨지가 손님을 대하는 태도

김 첨지의 순박한 성격은 손님을 대하는 태도에도 잘 나타난다. 그는 제 자식뻘밖에 안 되는 어린 손님에게 몇 번씩 허리를 굽혀 깍듯이 인사를 한다. 이부 분에서 체면을 벗어버리고 자신의 어려운 생계를 이어가야만 하는 사람들의 성격이 드러난다.

확장하기

1. 이 작품은 김첨지와 아내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 사건만을 다루고 있어 단순 구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다음 사항을 고려하여 이 작품을 다시 꾸며보자.

교수학습방법 :

학생들에게 단순 구성과 복합 구성에 대한 개념을 설명한 후 학생들이 모둠 토론을 통해 새로운 이야기를 스스로 창작해 낼 수 있도록 지도한다.

1) 아내가 병에 걸리게 된 이유와 과정을 설명한다.

예시학생 활동 :

아내는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러나 김 첨지에게 시집을 온 후 늘 가난에 시달리게 된다. 그래서 곱던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영양실조로 인해 점점 허약해져 갔다 게다가 아들 개똥이가 태어난 후에는 산후 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늘자리에 누워 지내게 된다.

2) 치삼의 이야기를 삽입한다.

예시 학생활동 :

친구 치삼은 김 첨지와는 달리 조금 넉넉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그는 삐쩍 마른 김 첨지와는 달리 우글우글 살찐 얼굴이다. 하지만 치삼은 늘 친구 김 첨지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다. 김 첨지 아내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듣고 형편껏 도움을 베풀곤 하였다.

3) 살아남은 개똥이의 후일담을 삽입한다.

예시 학생활동 :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 밑에서 어렵게 자라난 개똥이는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친다. 열심히 공부해서 성공하고자 하지만 그의 가난한 아버지를 생각하며 꾹 참고 지낸다. 개똥이는 끝내 자신의 환경을 극복하지 못하고 아버지를 따라 인력거꾼이 된다.

2. 김 첨지의 직업과 언행을 현대적 상황에 맞게 고쳐서 이 작품을 각색할 방안을 모둠별로 발표 해보자.

교수 학습방법 :

김첨지가 처한 시대적 상황 그의 말투 그의 직업 등을 현대적 상황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도한다.

예시 학생활동 :

택시운전사 김씨는 본래 개인 사업을 하던 부유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IMF를 맞아 회사가 부도가 나면서 하루 아침에 모든 재산을 날리게 되었다. 그는 대학에 다니는 딸 하나와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둘을 둔 가장으로 생계를 꾸리기 위해 택시운전을 한다. 그의 아내도 자녀들의 학비라도 마련하기 위해 식당 일을 나선다. 그러나 아내는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이었다. 게다가 밤낮으로 무리를 한 나머지 앓고 있던 지병이 크게 도져 병원에 입원한다. 아내를 병원에 남겨둔 채 김씨는 그 날도 택시 운전에 나선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교통사고를 낼 뻔했으나 그날 따라 손님이 많아 회사에 지불할 돈을 채우고 20만원이 남는다.병원에 있는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 피자를 사들고 갔으나, 아내의 죽음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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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은 2014년 개봉된 안재훈, 한혜진 감독의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영화로, 대한민국의 현대 문학 중 메밀꽃 필 무렵, 운수 좋은 날,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

김첨지 목소리는 장광 아저씨, 아내 목소리는 류현경 씨가 했어요. + 운수 좋은 날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든 잡생각 첫째, 평소와 다르게 유독 절실하게 부탁하면 좀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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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메뉴는 빙허 현진건 선생의 1924년 작품, 소설 운수좋은날과 뜨끈한 설렁탕 한그릇입니다. 여러분, 설렁탕 좋아하시나요? 겨울엔 뜨끈한 국물 한 사발 먹고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과 설렁탕 한 그릇上

편하다고 느꼈습니다. 메인메뉴 설렁탕, 무겁지 않고 무난한 맛 소 한 마리를 끓인식사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운수좋은날 경상북도 경주시 동부동 777 지도보기 담백한 설렁탕, 운수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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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 한국문학! 현진건 작가의 `운수 좋은 날` `개벽` 48호에 발표1924된 현진건의 단편소설로 인력거꾼의 비애를 통해 가난한 하층민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한 운수 좋은 날

이름 이미성; 등록일 20060601. 현진건 운수 좋은 날전문입니다. 첨부파일 현진건운수좋은날.hwp 다운로드 수 1226 현진건운수좋은날.hwp 다운로드 수 운수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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